다시 한번 다잡아보는 마음
3차 항암을 위해 또다시 입원을 했다. 외래 때 항암제가 잘 듣고 있단 말을 들었기에 힘이 나야 하는 게 맞는데, 항암제 누적으로 인해 떨어진 체력 때문에 힘없이 항암을 시작하게 되었다.
항암제를 연이어 맞는 4일 동안은 오심이 심해 겨우 누룽지 국물만 삼켰고, 화장실을 가려고 몸을 일으키기만 해도 구역질이 날 것 같아 거의 침대에만 누워있었다.
침대에 누워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다 보니 자꾸만 친구들의 SNS를 보게 되었다. SNS가 찰나의 순간을 담아내는 거란 걸 잘 알지만 다들 예쁘고 행복해 보였다. 부러웠다.
나도 오랜만에 카메라를 켜보았다. 이리저리 예쁘게 나오는 각도를 찾아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결국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이젠 머리카락뿐만 아니라 눈썹, 속눈썹까지 빠져가는 내 모습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이메일을 열어보니 뉴욕에서 온 메일이 왔다. 내가 참여하고 싶었던 단체에서 올해 워크숍에 초대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이었다. 왜 하필 지금일까... 인생이 참 얄궂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에서 지낼 때는 그토록 원해도 오지 않던 기회였는데 이렇게 갈 수 없을 때 기회가 찾아오다니... 더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머릿속으로 계속 되뇌었지만 마음이 슬퍼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항암제를 쉬는 3일 동안 조금씩 오심이 가라앉았고, 밥도 먹게 되면서 마음도 점점 회복되었다. 이때 젊은 혈액암 환자들을 위한 단체톡방에서 나와 같은 아형으로 똑같은 치료를 받고 있는 환우가 슬픈 소식을 전했다. 4차까지 항암을 마쳤는데, 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새로운 곳에 암이 생겼다고 했다. 나보다 먼저 2차까지 항암을 하고 중간결과 때 암이 많이 사라졌다며 나에게 힘을 주던 환우였고, 희귀 아형이기에 같은 아형으로 같은 치료를 받는 사람은 우리 둘 밖에 없어서 내가 심적으로 많이 의지하던 환우였다. 길고 힘든 항암을 4차까지 버텼을 텐데... 그 마음이 어떨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새로운 항암제로 꼭 완전관해 받을 거라고 톡을 남기고 그를 위해 기도를 했다.
갑자기 친구들을 부러워하던 마음과 뉴욕에 가지 못해 슬퍼하던 마음이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큰 이벤트 없이 항암을 하고, 6차까지 잘 마치는 것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고 감사하고 기적 같은 일인데 내가 좀 살만하다고 불평을 한 것 같았다. 오늘 하루만 살아내 보자고 다짐하던 나는 어디 가고, 또다시 순간을 살지 못하는 원래의 나로 돌아왔단 걸 깨달았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 본다. 오늘 하루만 잘 살아보자고. 오늘 아침에 눈을 뜰 수 있고, 밤에 잠에 들 수 있는 것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닌 감사한 일이라고. 그렇게 감사 속에서 이번 3차 항암도 마쳐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