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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가 버거, 더블 치즈버거

정통 스매시 버거. 뉴욕 버거 입문은 여기.

by 금요일 Feb 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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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뉴욕 버거


 여행지에서의 첫 번째 식사.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어떤 사람에겐 공항에서의 간단한 요기로 충분합니다. 비행의 피로를 풀고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할 기운을 얻는 거죠. 제 친구 중엔 맥도널드부터 찾는 이가 있습니다. 가는 동네마다 빅맥, 코카 콜라를 먹고 비교합니다. 제 경우에는 허기를 참고 시내 또는 숙소 근처의 로컬 식당을 찾습니다. 떠나 온 설렘을 만끽하고 싶어서요. 뉴욕에서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으니 첫 번째 식사는 당연히 버거, 그것도 특별한 것으로 먹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러기엔 배가 너무 고팠습니다. 기내식 이후로 열두 시간 넘게 공복이었거든요. 호텔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모은 30여 개의 식당 리스트 중 가장 가까운 곳을 찾았습니다. 맨해튼 다운타운 금융가에 있는 7번가 버거(7th Street Burger). The Infatuation 등 몇몇 매체가 이 집을 뉴욕 베스트 버거에 꼽았습니다. 80일 긴 여정의 첫 번째 버거라는 점에서 제게는 의미 있는 식당입니다.


https://www.theinfatuation.com/new-york/guides/best-burger-nyc


소개

주소 : 80 Nassau St, New York, NY 10038, United States (Financial District 점) | https://maps.app.goo.gl/moy1kvFxh9EiYDEr6

메뉴 : $6.5 (치즈버거) / $9.5 (더블 치즈버거)

홈페이지 : https://7thstreetburger.com/ | https://www.instagram.com/7thstreetburgernyc


  2021년 6월 케빈 레즈바니(Kevin Rezvani)와 파라스 자인(Paras Jain)이 설립한 이 버거집은 뉴욕과 미국 동부 스타일을 대표하는 스매시 버거를 판매합니다. 이름은 첫 번째 매장이 있었던 맨해튼 이스트 빌리지의 길 이름을 딴 것입니다(https://maps.app.goo.gl/bdvwNe27CPp9Ph2JA). 오픈과 동시에 다양한 매체가 주목하며 인기를 얻었고 주말에는 하루 천 개의 패티를 구웠을 정도로 크게 성공했습니다. 미 동부의 인 앤 아웃(In-N-Out)을 표방하며 빠르게 매장 수를 늘리고 있는데 실제로 맥도널드, 버거킹, 칙필레 등 대형 프랜차이즈를 제외하면 맨해튼 시내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버거 체인입니다. 2025년 2월 현재 뉴욕 내 19개, 워싱턴 DC에 1개 매장을 운영 중입니다. 뉴욕 매거진은 이 집의 버거를 ‘신이 의도한 버거를 잘 보여준다.’라며 극찬했고 The Infatuation도 ‘더 이상 바꿀 것이 없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저렴한 가격과 긴 영업시간도 장점입니다. 스매시 패티 한 장을 넣은 치즈 버거의 가격이 6.5달러로 맥도널드 빅맥($5.23)과 비슷합니다. 패티를 추가해도 10달러가 넘지 않습니다. 평일에는 오전 한 시, 주말엔 세 시까지 영업합니다. 스매시 버거를 좋아한다면, 아직 먹어본 적 없지만 뉴욕 스타일 버거에 관심이 생겼다면 여행 앞두고 숙소 근처 7번가 버거 매장 위치를 체크해 두면 하니 갈 곳 없는 밤, 야식 간절한 시간에 천군만마가 되어 줄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예약 시스템은 없고 대신 배달이 손쉽게 되어 있습니다.

동네마다 있죠?


공간

 월 스트리트에 있는 Financial District 점과 Downtown Brooklyn 점 두 곳을 방문했습니다. 그 외에도 소호, 타임스퀘어, 윌리엄스버그 등 번화가마다 매장이 있으니 접근성이 무척 좋습니다. 가격이 저렴하니 부담 없이 간식으로 하나 맛보기에도 좋아요. 뱃속은 제법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만. 매장들은 공통적으로 작고 변변한 테이블 없이 창가에 좁은 좌석을 뒀거나 아예 의자 없이 서서 먹도록 했습니다. 주문과 픽업은 카운터에 가서, 음료도 냉장고에서 가져다 먹으면 됩니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위한 시설과 서비스입니다. 처음으로 방문한 Financial District 점은 의자 하나 없이 스탠딩 테이블 세 개가 전부였습니다. 바쁜 증권가 특성상 테이크 아웃이나 배달 비중이 높은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분위기 항목에서는 최저점을 줘도 시원찮겠지만 시종일관 흐르는 힙합 비트, 자유 분방한 직원들의 태도들이 흥을 돋운단 말이죠. 그래서 묘하게 자꾸 생각납니다. 추천도 하게 돼요.


이게 다예요.



메뉴

 간간히 시즌 메뉴가 있다지만 기본은 치즈 버거 그리고 임파서블 버거 둘입니다. 치즈버거의 가격은 6.5달러. 3달러를 추가하면 패티가 두 장인 더블 치즈버거를 즐길 수 있습니다. 임파서블 버거는 Impossible Foods라는 기업에서 만든 비건 패티, 쉽게 말해 콩고기를 쓴 버거입니다. 뉴욕 내 여러 버거집에서 식물성 대체육 버거를 판매하고 있어요. 

 제가 식당에 들어섰을 때 직원은 저를 보지도 않았습니다. 눈을 스마트폰 화면에 둔 채로 ‘좋은 아침’이라고 다분히 형식적인 인사말만 날렸죠. 근데 그게 나쁘지 않았어요. 여긴 뉴욕이고 이 작은 버거집에서 깍듯하게 날 반겨주길 바라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식당엔 저 혼자였고 몇 줄 없는 메뉴판을 보다가 홀린 듯 임파서블 버거를 주문했습니다. ‘이 가격엔 도무지 불가능할 정도로 맛있는 버거라는 뜻인가?’ 그때는 그것이 비건 버거라는 걸 몰랐어요. 그저 더 비싼 만큼 맛있는 버거로 추측했습니다. 거기에 감자튀김과 콜라 한 병을 주문했습니다. 메뉴에 콜라를 ‘멕시칸 코크’로 표기한 것이 흥미로웠는데요, 물어보니 이유가 있더군요.


버거

임파서블 버거

 “소고기는 풍미가 넘치고 기름이 빵을 훌륭하게 적셔줍니다. 빵이 그릴 요리사에 의해 의도적으로 납작해졌든 아니든 납작해진 빵은 풍미를 더욱 농축시키며 가볍게 볶은 양파, 노란 아메리칸 치즈, 그리고 약간의 머스터드 맛이 나는 사워크림소스가 보조 역할을 합니다.” - Eater 레스토랑 평론가 로버트 시엣세마(Robert Sietsema)


 이 집의 버거는 전형적인 뉴욕 스타일 스매시 버거입니다. 얇게 편 패티를 겉면이 바삭해질 때까지 구워 풍미와 감칠맛을 극대화하는 방식입니다. 익히는 과정에서 치즈를 올리고 뚜껑을 덮어 치즈가 완전히 녹아 패티에 엉겨 붙게 만드는 것도 공통적인 특징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실제보다 더 강한 풍미,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전에 소개한 햄버거 아메리카 역시 스매시 버거입니다. 뉴욕에선 확실히 스매시 버거집들이 인기도 있고 평도 좋더군요. (https://brunch.co.kr/@mistyfriday/221)


 아까부터 분주한 주방에서 금방 제 버거를 내놓았습니다. 종이봉투 안에는 초록색 체크무늬 종이로 싼 버거와 감자튀김 그리고 휴지 두세 장이 들어 있습니다. 따로 쟁반이나 접시를 주지 않는 식당이라 이대로 테이블에 가져가서 먹으면 됩니다. 스탠딩 테이블에 서서 허겁지겁 포장지를 뜯고 뉴욕 여행 첫 버거의 자태를 감상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버거인가?

 얄팍하게 눌린 빵과 부실해 보이는 내용물 게다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피클이 약을 올리듯 길게 혀를 내밀고 있습니다. 스매시 버거에 대한 정보가 없던 투어 초반이라 서울에서 먹던 수제버거보다 확연히 빈약하고 못난 외모에 실망한 게 사실입니다. 먹어보니 잘 녹은 치즈의 풍미 그리고 강한 염분이 혀를 때리는데 전날 저녁부터 꼬박 굶은 터라 그 자극에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는 글쎄요. 세 입만에 작은 버거를 해치우고 남은 감자튀김을 먹으면서 검색을 해 봤습니다. 이 집이 왜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는가, 하고. 그러다 알게 됐어요. 아아, 나는 콩고기 버거를 먹었구나.

콩고기였다고?

 곧장 카운터로 가서 ‘치즈버거’를 외쳤습니다. 뉴욕 첫 버거를 콩고기 버거로 마칠 수는 없었죠. 잠시 후 빨간색 체크무늬 종이로 싼 버거를 받았습니다. 포장지를 뜯는 사이 흥건하게 손에 묻은 기름. 그래, 이거 치즈버거지.

 버거의 구성은 스매시 패티와 아메리칸 치즈, 구운 양파, 피클 그리고 특제 소스입니다. 신선 채소 한 장 없는 전형적인 스매시 버거입니다. 번은 Martin사의 감자빵으로 미국 동부를 대표하는 버거집 쉐이크 쉑(Shake Shack)과 같은 빵입니다. 식감이 쫄깃하면서 씹을수록 고소한 것이 특징입니다. 다시 한번 크게 한 입 무는데 아까보다 한층 강렬한 자극이 느껴집니다. 일단 패티에서 소고기의 육향이 아주 진하게 납니다. 스매시 패티의 장점이자 단점이죠. 낮은 등급의 고기를 스매시 패티로 조리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사람에 따라 그 강한 향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가격에서 이 집의 고기가 평균 혹은 낮은 등급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고 실제 육향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향에 거부감이 없다면 헤비한 미국 버거라며 좋아하실 거예요.

이거야 이거. 니글니글 기름진 느낌. 
하지만 더블은 너무 강했습니다

 그 외에는 전반적인 조합이 좋습니다. 패티의 기름진 맛을 머스터드 향과 새콤한 맛이 나는 소스가 어느 정도 잡아주고 감자빵은 식감과 맛을 더합니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저는 그 자체로 캐릭터가 분명한 감자번을 좋아합니다. 뉴욕에선 저렴한 버거에 주로 쓰이지만 맛있는 걸 어떡해요. 커다란 피클을 저는 빼고 먹었지만 이게 없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 기름지고 느끼하다고 여길 거예요. 두 번째 방문에선 더블 치즈버거를 주문했는데 안 그래도 기름진 패티가 두 장이 되니 느끼한 것 좋아하는 제게도 부담스러울 정도더군요. 첫 주문은 싱글 치즈버거를 추천합니다. 이후에 진짜 뉴욕의 맛을 느껴보고 싶을 때 더블 치즈버거에 도전해 보세요.

 마지막으로 콜라 얘기. 이 집에서 파는 멕시칸 콜라는 멕시코에서 생산한 코카 콜라입니다. 무슨 차이가 있나 싶은데 여행마다 맥도널드 찾아다니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멕시코 코카 콜라가 더 맛있다더군요. 과당 옥수수 시럽을 사용하는 일반 코카 콜라와 달리 멕시코에서는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한다고 해요. 그래서 단맛이 더 깊고 오래간다고. 세계에서 콜라를 가장 많이 마시는 멕시코 사람들의 선택이니 신뢰가 가지만 사실 저는 버거 두 개 먹는 동안 콜라의 차이는 전혀 못 느꼈습니다. 콜라의 세계 역시 넓고 깊군요.

오른쪽 저 벽걸이 병따개가 왜 그리울까요.

 80일간의 버거 투어 중 가장 큰 실수라면 첫 번째 버거를 콩고기 버거로 고른 것입니다. 하지만 7번가 버거는 다분히 뉴욕스러운 스매시 버거를 경험한다는 점에서 추천할 수 있어요. 위치, 가격 접근성이 뉴욕 버거집 중 가장 좋고 취향만 맞다면 이만한 버거 찾기도 어려울 겁니다. 매일 몸에 좋은 것, 고급 음식만 먹고살 순 없잖아요. 가끔 내 몸에 나쁜 짓 하고 싶은 날 아니면 야식 생각나는 밤에 진하고 기름진 이 집 치즈버거가 떠오릅니다.



번 : ★★★

패티 : ★★★

구성 : ★★

가격 : ★★★★☆

분위기 : ★★


매장 많고 가격 싸고 버거는 뉴욕 스타일. 입문용으로 여기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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