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너무 쓰고 싶어서... 오랜만입니다.
“사랑해 서희야.”
민식의 목소리는 필요 이상으로 달콤하고 부드러웠지만, 눈빛은 타오르듯 마르고 공격적이었다.
서희는 최대한의 불편함을 구겨 넣은 얼굴을 들어, 음이 없는 말을 뱉었다.
“응 그래, 난 너 싫어.”
그는 깍지를 낀 손을 풀지도 않고 커다란 눈을 끔뻑이며 억지스러운 웃음을 낮게 흘린다.
“그래, 그래도 난 너 사랑한다.”
일부러 국밥에 코를 박고 게걸스럽게 밥을 떠먹으며 또 똑같은 대답을 한다.
“응, 그래 그래도 나 너 싫어.”
그녀는 알고 있다. 이제쯤 그가 말할 것이다.
‘알았다 내일 또 고백할게.’라고...
이 일 년 동안 지속됐던 고백놀이는 서로 합의하에 시작되었다.
곧 지쳐 나자빠지겠지 했던 그녀였고, 곧 넘어오겠지 하며 자신만만했던 민식이었다.
민식은 깊은 한숨을 쉰 후, 갈라진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 오늘은 다른 대답.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아. 너의 거절이, 어떻게 이렇게 매번 가슴이 쓰리냐? 이제 그만해야겠다.”
그제야 그녀도 수저를 놓고 소주잔을 채운다.
“그래? 그렇게 하자.”
소주잔을 비우고 휴지를 뽑아 입가를 닦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서희.
절망으로 가득 찬 그의 얼굴을 외면하고 싶어 빠른 걸음으로 멀어졌다.
2년 전, 서희는 5년 동안 단 하루도 미워한 적이 없었던 한 남자와 이별하게 됐다.
5년을 한결같이 사랑하는 혼기가 가득 찬 두 사람이 결혼을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서희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었다.
방배동 에 마당이 있는 큰집 감나무가 몇 개가 심어져 있을 만큼 부잣집의 장남, 게다가 외아들.
그 집에서 서희를 반길 리가 없었다.
남자는 혼인신고서부터 들이밀었지만, 서희는 기다리자고 했다.
그것을 후회했다.. 억지로 라도 어떻게 서든지 그와 웨딩사진 하나라도 남겼더라면..
서희는 병들어 가고 있었다. 그런 그녀 앞에 민식이 나타났고,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못한 사람이 있어 어떤 진심도 닿지 않았다. 그래도 그 고백을 거절할 수 있는 하루가 있어서 어쩌면 꾸역꾸역 살아왔나 보다.
서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 미워져 못된 마음을 먹었다.
그날은 그렇게 기어이 그녀가 죽기로 결심한 날이었다.
사실 이 글은 나의 이야기다.
어느 줄 어디쯤 내가 아니라고 얼마큼 비틀었을지는 몰라도 여지없이 아픈 내 얘기다.
서희가 아니라 나.. 김수희.
5년을 하루도 사랑하지 않은 적 없었던 한 남자,
그리고 그날 우리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우리.. 왜 헤어졌을까?
벌써 그와 보내지 않은 나의 생일이 두 번째 다가오고 있다.
나는 그를 잊지 못한 걸까?
그는 나를 벌써 잊은 걸까?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을 텐데 왜 오늘 나의 하루는 여전히 그로 가득 차 있는 걸까?
우리 왜 헤어졌을까?
답은 하나였다.
내가 헤어지자고 했고.
그는 아무 말이 없이 그렇게 떠났다.
그렇게 그동안 단 한 번도 우리는 서로를 아쉬워하지 않았다.
적어도 우리의 텅 빈 핸드폰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
이것 보라며. 이별을 받아들이라며.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나의 5년 동안의 기억이 하나하나 미화되어 부풀어 올랐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심장이 아팠다. 시도 때도 없이 울었다.
마치 그가 떠난 자리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것처럼 무엇으로도 채워지지가 않았다.
배가 고파도 밥을 먹지 않고 목이 말라도 물을 마시지 않고 그렇게 말라갔다.
그렇게 내가 죽기로 말라죽기로 결심했던 어느 날, 더럽게 꼬인 내 인생에
말려든 불쌍한 녀석이 나타났다.
그렇게 나는 이상한 방식으로
다시 사랑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