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중에 안 힘든 사람 없잖아요?

20대 중후반에 느끼는 무게

by 꿀별

삶은 원래 힘든 걸까? 어릴 땐 어른이 되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매번 새로운 문제가 등장해 뒤통수를 친다. 인생이 조금 가벼워지고, 이제 좀 살만한 것 같은데. 삶은 속았지? 하며 새로운 고민과 걱정거리들을 꺼낸다.


또 있어?


나는 왜 힘든가

지금의 내 모습이 젊은 날의 대가처럼 느껴지곤 한다. 과거의 나는 미래에 한없이 안일했다. 뭐라도 되겠지 하며, 지금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 나섰다. 어떻게든 먹고살 순 있을 거라는 막연함에 게으름을 퉁치며 살았다.


졸업 후 현실을 마주하며 스스로 삶과 미래에 있어 얼마나 안일했는지 깨닫게 됐다. 그때 그냥 넘겼던, 제대로 풀지 않은 숙제들은 모두 현실이 되어 나에게 다가왔다.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라 자부했던 스무 살의 나는 이제 없다. 남과 같아지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 남들 만큼 살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뿐.


너는 왜 힘든가

취업한 친구들과 연락하면 아니나 다를까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취업을 하지 못한 친구도 마찬가지. 취업을 한 애는 해서 문제, 안 한 애는 안 해서 문제다. 이쯤 되면 문제가 없는 애들을 찾는 게 빠를 지경이다.


우리 모두 가볍게 생각했던 미래들이 진짜 현실로 다가왔다. 지금 당장, 빨리 선택하라고 재촉한다. 이제 너희는 20대 후반을 바라보니까 사회에서 이해해주는 시기는 끝나간다며. 찍어서라도 답을 내라고.


얼마 전 회사에 새로 오신 분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일은 괜찮냐는 질문을 했다. 조금 힘든 것 같다고 말을 꺼냈던 그분은 눈을 한참 굴리시더니 말했다.

“솔직히 이 중에 안 힘든 사람 없잖아요?"


듣고 있던 나와 디자이너님 모두 웃었다. 그래, 맞는 말이다. 새로 입사하신 분, 이제 몇 개월을 채운 나, 오랫동안 일한 사람까지. 이 안에서 힘들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거다.


사는 이유

일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날은 유독 지치고, 힘이 빠졌다. 문득 나는 무얼 위해서 일을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왜 어른들이 나는 너 때문에 산다고 말하는지 이해가 갔다. 그저 사는 이유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리저리 치이는, 초라한 내 삶에 이유라도 있으면 견딜 수 있으니까. 그렇게 만들어 갔을지도.


삶은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라는 말은 싫다. 인생은 여름방학처럼 이라는 장항준 감독의 모토처럼 가볍고 산뜻하게 살고 싶다. 너무 힘주면서 아등바등 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세상의 속도는 여름방학의 나를 혹한의 겨울로 모는 것 같다. 어떻게든 버티고, 공부하고, 살아남아야 한다고.

다들 존경해요. 진심으로


얼마 전 내가 좋아하는 어른에게 삶이 왜 이렇게 힘든 건지 모르겠다고 푸념한 적이 있다. 20대는 성적서의 연속이라고. 취업, 연애, 결혼. 끊이지 않는, 증명해야 되는 것들이 등장한다고.


그런 내게 어른은 말했다. 나이 50이 되면 또 다른 형태의 성적표들이 날아온다고. 집은 있는지, 애들은 어느 대학에 갔는지, 건강은 어떤지 같은. 그 어떤 나이도 힘듦과 무게,책임과 결과에서 자유롭긴 어려운가 보다.


아- 쉬운 나이는 그럼 없는거네.

도대체 다들 뭘 낙으로 사는 걸까.

삶의 목적이라는게 애초에 있긴 한걸까.

안 힘들고 싶다.

단순하게 살고 싶다.

그래도 괜찮은 삶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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