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손님들

밴쿠버의 작은 카페에서 배우는 다정함과 유쾌함

by 꿀별

밴쿠버 카페에서 일하다보면 확실히 한국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내가 일하는 카페는 근처의 노동자들이 급식실 들리듯이 찾는 곳이라 단골 손님이 많다. 어제 왔던 손님이 오늘도 오는 것이다. 눈도 마주치고, 스몰토크를 하는 문화 덕에 지낼 수록 손님의 이름과 특징을 알게되는 재미가 있다.


오늘은 지난 3주간 일하면서 봤던, 인상깊은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다.




1. 홈리스

첫번째로 자주 오는 손님으론 마들렌 도둑이 있다. 아니 '도둑'인데 손님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다. 우리 가게에는 마들렌과 음료를 훔친 전적이 있는 도둑이 손님으로 종종 온다. 그래서 그가 들어오면 "Hi there"보다 카운터 바로 앞에 있는 마들렌을 숨기는 걸 먼저 해야만 한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땐 카페에 첫 출근했던 날이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으로 멀뚱이 서있다 조용히 마들렌을 들었던 그는 심지어는 카페 안에서 자연스럽게 까서 먹기까지 했다. 우리의 경악하는 반응에도 뚱-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마들렌을 앉아서 먹는 사람이다. 하지 말라는 말론 통하지 않으니 마들렌을 숨기는 수밖에.


그런 그도 어디서 돈을 구한 것인지 최근에는 에스프레소 프라푸치노를 돈을 주고 사갔다. 듣기로는 팁까지 줬다고 한다. 때때로 그의 마들렌 도둑질은 골치이지만 계산만 잘 하고 나간다면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캐릭터성에 웃음이 난다.





2. 공사장 인부

근처에 공사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이 자주 온다. VIP라 불러도 될 정도로 늘 비슷한 시간에 와서 밥과 누들이 들어간 콤보를 맛있게 먹는다. 제법 질릴 법도 한데 어느덧 바닥까지 순삭이다.


어제도, 오늘도 몸을 쓰는 고된 일을 했을 사람들. 그럼에도 그들은 언제 봐도 들떠있고, 행복해보인다. "how are you?"하며 굳이 상대의 안부를 묻는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노동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작업복에 묻어 있었던 흙과 시멘트들이 후두둑 떨어져 있다.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 수 없지만 언제 봐도 오늘에 충실하고, 맛있게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면, 나 역시 저렇게 순간에 충실하고,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3. 개리

개리는 매일 아침마다 카페에 와서 "Medium coffee please~"를 외치는 아주 귀여운 할아버지다. 은색 안경을 쓴 그는 내가 상상하는 백인 할아버지의 정석 같은 느낌이다. 가끔 캐셔로 서 있을 때 선한 눈과 따뜻한 미소가 인상 깊었던 분이다.


연말연휴가 다가오고, 밴쿠버에도 눈이 많이 내려 가게에 손님이 줄었던 적이 있다. 아침 일찍 카페에 방문한 개리를 "웰컴!!"하며 박수를 치고 맞이했다. 부끄러워할 법도 한데 손가락으로 '브이~' 하며 몸을 양쪽으로 흔드는 개리를 보니 웃음이 났다. 손님과 직원의 관계같지 않은, 친한 할아버지를 만난 기분.


그 날, 개리가 점심때 또 카페에 방문했다. '화장실을 가려는건가?' 생각했는데, 품 안에 있던 선물 상자를 직원들에게 건내주었다. 개리의 뜻밖의 선물에 "개리!!"하며 포옹하고 난리가 났다.


사실 개리가 준 선물이 감동이었던 이유가 있다. 선물 그 자체로도 행복했지만 한국을 떠난 이방인으로 살면서, 가족과 친구가 곁에 없는 이곳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은 기대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지나쳐도 될 사람들을 굳이 찾아와서 기쁨을 나눠준 개리의 선물이 크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너무 감사한 손님! 그는 개리!

개리가 준 초콜릿



4. 얼그레이 할아버지

얼그레이 할아버지는 늘 오셔서 얼그레이티에 꿀 추가를 원하시는 분이다. 자주 방문하셔서 똑같은 얼그레이 티를 찾는 모습에 붙여주게 된 별명이다. 얼그레이티 할아버지는 매일 초록색 체크 모자와 외투를 입고, 한 손에는 책을 들고 오신다. 그리고 티한잔을 마시며 두꺼운 책을 펼쳐서 읽으신다.


그런데 그를 본 지 3주가 되었음에도 책은 거의 젤 앞장이 펼쳐져 있다. 그가 책을 읽는 것인지 아닌지는 여전히 미스테리이지만 뭐랄까 바뀌지 않는 옷과 책의 페이지, 늘 똑같은 음식을 주문하는 그를 보면, 왠지 사람이 아닌 하나의 캐릭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제 겨우 3주정도 일해서 앞으로 더 많은 손님들과 오고가는 인연이 있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보니 진상이라 부를 분들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밝고, 나이스한 손님들이 많이 온다. 외진 곳에 있어서 특이한 손님들도 많이 오는 것 같다.


주방일이 처음인지라 익숙하지 않고, 메뉴얼적인 주방 일을 하다보면 힘들다고 느낄 때도 있다. 또한 손님들에게 스몰토크로 더 다가가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영어 실력에 아쉬울 때도 많다. 하지만 나이스한 손님들을 보고, 그들과 맺어가는 유대감을 느낄 때면 워홀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는 것이 문화인 캐나다! 그 문화는 일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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