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주방의 세계
일을 시작한 지 벌써 일주일 하고도 절반이 지났다. 밴쿠버는 2주에 한 번씩 주급을 받기 때문에 어제는 주급을 두둑이 챙기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워홀에 와도 역시 돈이 최고시다.
현재 나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현지인들에게 샌드위치와 아침을 파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한인들로만 구성된 가게에서 현지인들을 위한 전통 아침을 파는 굉장히 퓨전한 곳이랄까.
캐셔와 쿡의 구별이 없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보니 내 적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곤 한다. 워홀 오면 대부분 식당에서 일을 하는데 나는 무슨 자신감으로 워홀에 왔나 싶을 정도로 주방일에는 잼병이기 때문이다!
주방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규칙들이 있다. 바쁜 주방에서 "이건 여기에 놔둬야 해"라는 말은 1초 만에 머리를 스친다. 순간순간의 활동들과 함께 지나가 머릿속에서 잊힌다. 결국 다음에 시도하게 될 때 "아 맞다!"를 외치며 수습하곤 한다.
주방의 세계는 그 어떤 애플리케이션보다 사용자 경험적으로 조작되어 있다. 모든 재료와 식기구는 그만의 이유와 위치가 있다. 예를 들어, 나중에 쓸 식재료들은 냉장고 더 깊은 위치에 놓기, 매대에 놓는 포크의 방향은 손님이 챙기기 편하게 위치해 놓기, 모든 포장류를 주문받자마자 세팅하기 등이 있다. 스피드가 생명인 이곳에서 더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시도 후 지속적으로 발전한다.
캐나다인들은 한국과 달리 밥이 아닌 빵을 많이 먹는다. 식빵이 들어가는 음식을 주문을 받을 땐 "Brown or White?" 하며 "통밀빵을 원하니 아니면 그냥 밀가루 빵을 원하니?"라고 물어봐야 한다. 다양한 메뉴가 있고, 주문을 받자마자 만들어야 하기에 굉장히 귀찮고 수고스러운 과정이다.
나는 둘 다 맛있다 느껴서일까? 그게 무슨 큰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한국도 쌀밥과 잡곡밥, 현미밥이 완전히 다르다. 그렇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마음은 넣어두고 다시 열심히 외치기로 한다.
"Brown or White?"
밴쿠버 역시 대부분이 카드로 결제를 하거나 카드만 받는 가게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 가게에도 종종 현금을 내는 손님들이 찾아왔다.
캐나다의 돈에 익숙지 않았던 내겐 현금 계산이 가장 두려웠다. 캐나다의 돈 자체를 모르는데 맞는 동전과 지폐를 찾아서 손님께 드려야 한다니! 특히 캐나다의 현금은 한국과 조금 다르다. 캐나다는 천 원과 이천 원이 동전이다. 그리고 5천 원부터 지폐가 있다. 쓰면서도 헷갈리는 캐나다 현금의 세계.
캐나다와 한국의 현금을 명확히 구별하지 못하면 1,200원짜리 쿠키를 계산할 때 손님에게 2,000원을 받고 4,000원을 거슬러주는 매직이 일어날 수 있다.
다행히 몇 번의 실수 후에 쉽게 드릴 수 있는 방법을 익혔다. 돈을 명확히 외운 후, 가장 큰 단위부터 하나씩 거슬러 드리면 된다. 근데 최근부터는 동전을 없애고 싶은, 일명 짤짤이를 싫어하는 손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4,300원이 나왔을 때 자신에게 있는 300원을 없애고 싶어 5000원과 300원을 동시에 내는 사람들. 이게 말로는 쉬운데 막상 낯선 캐나다의 돈으로 계산해 주려하면 오 주여! 살려주세요가 따로 없다.
여하튼 캐나다에서 보내는 주방과 계산의 세계는 하루하루가 챌린지이다. 어서 빨리 적응하고 싶다는 마음밖에 없다.
다행인 게 있다면 코워커분들께서 처음의 낯섦과 어려움을 이해해주신다는 거다. 아무래도 모두 한국에 살다 캐나다 와서 처음부터 일궈낸 분들이라 그런지 나의 실수에 살포시 눈을 감아주신다.
"처음이라 그래, 나도 그랬어"라는은 언제 들어도 위로가 된다. 그리고 한 번 더 제대로 해보고 싶게끔 만들어 준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도 일이 어려웠는데 무슨 깡으로 캐나다에 "일하러" 왔나 싶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놓여야만 느끼고 배우는 게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여차저차 배우고 있다. 새로운 나라를 적응하고, 알아가고 있다.
그나저나 한국말로 들어도 어려운 일들.. 내가 로컬 현지잡을 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