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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별 Feb 06. 2023

워홀계의 원양어선에 탑승하다

팀홀튼에서 일한다는 것

내 인생의 공식적인 첫 카페잡이자 워홀계의 원양어선으로 불리는 팀홀튼에 탑승했다. 팀홀튼은 바쁘고 정신없기로 소문이 나 있기도 하고, 직원 회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 첫 출근 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많이 없는 상태였다. '이젠 코워커들과 최소한 영어로 대화를 해야 할 텐데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팀홀튼은 이전 가게보다 바쁠 텐데 잘할 수 있을까?' 오전 7시 쉬프트를 받아 첫 출근을 하는 날, 가볍지 않은 발걸음을 뗐다.




가게에 들어가서 세상 가벼운 인사를 나눴다. 매니저 리는 코워커들에게 나를 소개했다. “새로 들어온 썸머야. 자기소개를 시작해 봐!!". 쭈뼜대며 '나는 썸머야' 라고 말하려는 순간, 카운터 밖에서 “아이엠 조시~”하는 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손님이었다. 한국이었으면 '뭐야 저 관종..?' 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캐나다는 손님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그런지 깔깔깔 웃었다.

누가 물어봤냐고!


출근 첫날 2시간 정도는 트레이닝 영상을 들었다. 팀홀튼이 만들어진 계기와 역사 등에 대한 설명이 나왔다. 첫 영상을 끝내고 바로 샌드위치 파트에 투입되었다. 응..? 이렇게 바로 일을 시작해 버린다고? 그렇게 얼레벌레 샌드위치 바에서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정말 말 그대로 숨만 쉬고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후로 2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샌드위치만 만들고 있다.


샌드위치 파트는 보통 이렇게 일한다. 샌드위치 바 위에 스크린이 있다. 샌드위치 주문을 받으면 스크린 위에 주문을 받은 내용이 뜬다. 'farmers wrap', 'breakfast sandwich'.. 그럼 그 내용을 보며 외운 레시피를 기반으로 미친 듯이 만들어낸다. 보통은 메뉴판에 있는 메뉴 그대로 주문이 들어오지만, 일을 할수록 커스터 마이징 메뉴도 제법 만다는 것을 느꼈다. 이것저것 추가하고, 빼는데 하나의 타이쿤 게임으로 생각하며 일하고 있다. 소문처럼 혹시나 했던 팀홀튼은 역시나 바빴고, 나는 숨만 쉬고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다.


이거야말로 몰입


그래도 이 전 한인잡에서 샌드위치를 만드는 일을 해서 그런지 일이 상대적으로 아주 조금 쉽게 다가왔다. 레시피 역시 이전 직장보다 단순하고, 체계화되어 있었다. 이래서 첫 직장과 경력이 중요하고 이야기하는 걸까? 샌드위치 바에 잘 적응하는 나를 보고 매니저는 칭찬을 했다. "Awesome!" 생각해 보면 캐나다 와서 일로 겪는 첫 칭찬이었다. 기쁘고 뿌듯한 순간이었다.


외국인 코워커와 영어로 소통하며 일하는 삶이 시작되자 내가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왔다는 느낌이 제법 났다. 머리에 터번을 쓰고 출근하는 인도 코워커, 내가 버벅대며 이야기를 할 때면 "더 이야기를 해봐!" 하며 격려하는 필리핀 코워커, 사근사근 말을 걸곤 하는 일본인 코워커까지. 일을 하다 화가 나면 '이 놈의 팀홀튼 때려치운다'싶다가 도 집 가는 길은 즐거움에 피식피식 웃기도 했다.


이 와중에 다행인 게 있다면 한국인 코워커 에이님께서 이런저런 도움을 주신다는 거다. 하루는 매니저 리가 "Did you ask for Hash brown?"하고 내게 물었다. 문장으로 읽으면 쉬운데, 바쁜 환경에서 이런 질문을 들으니 이해가 안 갔다. "Sorry?" 되물으며 다시 물었다. 그녀의 문장을 내가 이해를 못 하고 있었다.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고, 다른 코워커들도 나를 봤다. '와.. 어떡하죠. 1도 모르겠는데' 그때 코워커 에이님께서 등장했다. 그리고 상황을 설명해 줬다.


"이제 해쉬브라운이 떨어져서 그걸 미리 요청했는지 물었던 거예요"


우와! 나도 아는 소리인데. "No.. Not yet"하며 손으로는 다른 샌드위치 재료를 미친 듯이 빵에 담았다.




에이님은 가끔 '이미 많은 사람이 매니저 리의 쪼임에 떨어져 나갔는데 여기까지 존버한 걸 보면 당신은 역시 한국인'이라고 이야기했다. 하하하. 그런데 나는 영어를 쓰는 환경이라 큰 불만은 없다. 스트레스는 받지만 어느 직장이든 스트레스 없는 곳, 억울함 없는 곳은 없다는 걸 계속해서 깨달아왔으니까.


오늘부터 3일간 오프라 여유롭고, 자유로운 주말의 아침이다.


워홀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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