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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별 Feb 01. 2023

캐나다에 온 걸 후회하시나요?

밴쿠버 워홀 70일이 되고 느낀 점

얼마 전, 캐나다에 온 지 70일 만에 이런 생각을 했다.



캐나다에 온 나의 선택은
옳았구나.


아쉽게도 캐나다에 와서 대단히 큰 일을 하고 있다거나, 잘생긴 외국인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기적을 일궈내고 있지는 않다. 그저 한국에서처럼 어떤 날은 웃고, 어떤 날은 울면서 지내고 있다. 그래도 2022년 11월에 도착했을 때 연말까지만이라도 잘 버텨보자는 목표는 무사히 넘겼다. 감사하게도 2023년의 새해를 밴쿠버에서 맞이했고, 오늘은 벌써 1월도 마무리하는 저녁이다. 아마 한국은 2월이겠지.






인생을 바꾸는 2가지 방법으로 유명한 말이 있다.


첫째, 사는 곳을 바꾼다

둘째, 만나는 사람을 바꾼다


나는 캐나다에 온 후로 위의 2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사는 곳과 만나는 사람이 모두 바뀌었다. 캐나다에서는 전에 한 번이라도 접했던 환경도, 사람도 없다. 모두가 내게 새로운 환경이고 사람이다. 당장 내일 누구와 소통할지 예측할 수 없는 다이나믹 워홀러의 인생!




한국과 캐나다의 가장 큰 차이가 뭘까 생각해 보면, '삶의 모양'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 살 땐 연령에 따른 트랙이 제법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20살에는 대학교 입학을, 24살에는 졸업을, 그 후 취업을 결혼을.. (자매품: 아들, 딸 한 명씩 낳기) 유사한 트랙을 향해 나아간 사람이 많았던 만큼 주변과 비교도 쉬웠다.


반면 캐나다는 도통 개개인의 인생을 예측하기 어렵다. 확실히 다인종 국가답게 각자의 삶이 지나치게 다르고, 그러다 보니 상대와 나의 삶을 비교할 엄두가 안 난다. 


요즘은 지낼수록 제각각의 스토리를 듣는 기회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인종 국가의 스토리들이 얼마나 흥미롭고 재미있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의 스토리를 풀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밑업에서 만난 친구 A

6살에 러시아를 떠나 캐나다로 오게 되었다. 현재 19살인 그는 대학은 가지 않았고, 집에서 프로그래밍을 독학하며 지내고 있다.



오늘 내 머리를 잘라주신 J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캐나다로 워홀을 왔다. 3년간 식당에서 일을 하며 영주권을 땄고, 현재는 서른이 넘어 미용이라는 새로운 업을 준비 중에 있다.



베트남 호스트 부부

20대에 베트남 생활을 접고, 캐나다로 넘어왔다. 세일즈로 일을 하며 살다가 비디오 사업을 운영했다. 사업이 잘됐는지 하우스를 샀다. (부럽다)



멕시코 친구 Y

멕시코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대학을 밴쿠버로 오게 되었고, 사진을 전공했다. 빵집에서 베이커와 사진 촬영 업을 병행하며 투잡을 뛰고 있다. 30대가 되면 프랑스에 가서 살고 싶다는 꿈이 있다.



이거 말고도 너무 많다.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 기를 접하면서 한국에서, 정해진 트랙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느끼곤 했던 불안과 외로움이 그냥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물론 이 마음은 한국에 귀국하자마자 순삭 될 수도 있다. 먼 나라에 있는 지금도 귀국 후 취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면 아찔하다.


다만 지금은 그렇다. 옆집 삼식이가 나보다 빨리 뭘 이뤘다고 부러워할 필요도, 뒷집 수자가 실패했다고 우쭐할 필요도 없다. 그냥 삼식이의 인생, 수자의 인생, 나의 인생이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남들처럼 살지 못해 안달 낼 필요 없고, 그저 나는 나만의 삶을 만들어가면 된다. 내게 딱 어울리는, 나다운 삶의 모양.



베트남 룸메의 클라쓰가 다른 점심 재료


한국에 있을 때 "꿀별 같다"라는 말을 좋아했다. 구겨진 종이에 귀여운 캐릭터를 넣어 친구에게 보여줄 때, 뜬금없는 선택과 농담을 할 때 주변사람들은 참 너답다고 말해주곤 했다. 나는 그 말이 좋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저 나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결론은 이거다! 캐나다 와서 좋다. 다양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서 좋다. 심지어는 그런 자신의 삶의 모습에 만족을 느끼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삶의 모양이 꼭 정해진 원, 네모, 세모가 아니어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 유니콘 모양도 좋고, 오리 모양도 좋다. 그저 자기만의 삶을 써나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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