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 시에 맨발바닥으로 모퉁이 가게를 찾아갔다가 불을 보았다
네 불꽃, 너는 담배를 피우면서
이제 가게 문을 닫을 시간이라고 말했는데
그때의 어조, 마치 종말을 이야기하는 듯한
그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아 집으로 돌아갔다가도 새벽 세 시면 종종 가게 근처에서 네 담뱃불을 찾아 헤매고는 했다
어느 상냥한 오후, 아직 새벽이 아닌 시간이었는데도
너는 가게 앞에서 불을 일으키고 있었다
오늘은 장사를 일찍 접으세요?
아, 살다 보면 그런 날도 있기 마련이죠. 오늘은 새벽의 불이 아니라 덜 외롭네요
너는 그때 심이 다 한 라이터를 보여 주었다, 빈 라이터를,
이 상냥한 라이터는 이제 더는 불을 내지 못한답니다
그리고 우리는 라이터와 새벽 세 시와 모퉁이에 대해 오래 이야기를 했다
충분히 오래, 맨손이던 우리의 손금이 촉촉이 젖어들 때까지
새벽 세 시, 너는 가게를 접고 나와 함께 돌아간다
가는 동안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냥한 오후, 상냥한 모퉁이 가게의 상냥한 종말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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