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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Oct 26. 2024

1988, 코끼리 무덤

루이스 이야기 2

1985, 우주비행사

앨리 힌턴의 장래희망은 화가였다. 앨리는 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했지만 매일 스케치북에 연습을 했다. 앨리가 스스로의 그림을 부끄러워했으므로 오로지 루이스만이 가끔 앨리의 스케치북을 볼 수 있었다. 앨리의 스케치북에는 사람보다 동물이, 동물보다 식물이, 식물보다 우주가 많았다. 앨리는 별을 그리는 게 가장 재미있다고 했다. 앨리가 우주를 만드는 방법은 늘 같았다. 먼저 색색의 모자이크를 그리고, 모자이크 위를 전부 검은색 크레파스로 덮었다. 앨리의 우주는 정말로 새까맸고 손가락으로 긁으면 무지개 색으로 변했다. 루이스는 가끔 앨리가 허락할 때에 손톱으로 우주를 조그맣게 긁어 별을 만들었다. 앨리와 스케치북을 한 번 다 보고 나면 루이스의 손바닥은 온통 시커멓게 변했다.

루이스의 장래희망은 우주비행사였다. 루이스는 어른들이 장래희망을 물을 때면 학교 선생님이라고 대답했다. 우주비행사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워서였다. 루이스의 꿈을 아는 사람은 오로지 앨리뿐이었다. 루이스는 크리스마스나 생일 때마다 닐 암스트롱의 영상을 보여 달라고 졸랐다. 루이스의 책상에는 달에 찍힌 암스트롱의 발을 프린트한 사진이 있었다. 책상 위의 세계지도를 다 덮는 사진이었다. 루이스는 그 사진을 보면서 닐 암스트롱이 달을 한 바퀴 돌았는지, 그렇지 않으면 발자국만 찍고 다시 지구로 돌아왔는지 궁금해 했다. 루이스는 나중에 우주비행사가 되면 달을 한 바퀴 돌아 반대편에 가보고 싶었다. 거기에는 갈라진 틈과 먼지보다 더 생생한 것이 있을 것 같았다. 암스트롱만이 알거나, 혹은 아무도 모르는 세상이.



1987, 

때로는 집중해서 바라보고 계속해서 의심해야만 보이는 진실이 있다. 유리창의 뒷면이 그렇듯이.


루이스가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을 때 앨리가 사라졌다. 루이스의 동네에서 한참 떨어진 쇼핑몰에서였다. 앨리는 무지개 색의 손뜨개 모자를 쓰고 있었다. 며칠이 지난 다음에 앨리의 모자만이 쇼핑몰 근처 공원의 화장실에서 발견 되었다. 모자는 흙이 묻어 더러웠고 발에 밟혀 납작해져 있었다. 경찰은 앨리의 실종이 납치라는 결론을 내렸다. 곧 기자회견이 열렸고 앨리의 어머니가 텔레비전에 나와서 딸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며 눈물을 흘렸다. 루이스는 어머니와 함께 앉아서 그 뉴스를 보았다. 앨리의 어머니는 손에 딸의 모자를 들고 있었다. 앨리의 어머니가 그 모자를 카메라 앞에 펼치는 것을 보다가, 루이스는 방으로 올라가 앨리의 스케치북을 가지고 왔다. 크리스마스 때 앨리가 선물로 준 것이었다. 오로지 우주만이 그려진 스케치북이었다. 텔레비전 속에서 앨리의 어머니가 제발 저에게 앨리를 다시 돌려주세요, 저에겐 그 애 밖에 없어요, 그 애가 없이는 도저히 살 수 없어요, 하고 말할 때 루이스는 손가락으로 우주를 긁어 별을 만들었다. 아주 작은 무지개 색 별이었다.

루이스가 학교에 들어갈 때 앨리의 가족은 이사를 갔다. 그들은 떠나기 전에 루이스에게 앨리의 스케치북을 모두 주었다. 루이스는 학교에서 돌아온 날부터 하나씩 스케치북을 펴 보았다. 앨리의 그림은 색이 많았고 아름다웠다. 거기에는 보라색 코끼리와 빨간색 몸통에 초록색 점을 가진 기린, 푸르고 분홍색인 얼룩말, 주황색 줄기를 가진 꽃과 금색 나무, 까만색 별이 있었다. 루이스는 앨리의 그림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잘라 암스트롱의 발자국 위에 붙였다. 보라색 코끼리와 까만색 별이었다. 앨리의 코끼리는 몸집이 작고 상아가 없었으며, 별은 크고 검고 아무 것도 없었다. 루이스는 코끼리와 별을 겹쳐 붙였다. 멀리서 보면 별 위에 코끼리가 선 것처럼 보였다. 루이스가 상상하는 달의 뒷면과 몹시 비슷했다.



1957-1969, 우주

(6일간 외계를 여행하며 2,060여 회 지구를 선회했으나 전지 단절로 질식사 한 개 라이카)

지구는 푸른빛이었다. (유리 가가린)

한 사람에게는 단지 조그만 한 발짝에 불과하지만, 전 인류에게는 하나의 큰 도약이다. (닐 암스트롱)


루이스는 우주에 간다면 지구가 형광색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우주에서는 걷는 자리마다 발자국이 찍혔다고 하고 싶었다. 빨간색부터 보라색까지 없는 색이 없었고 너무 눈이 부셔서 모든 것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고, 달의 뒷면에는 사실은 그림자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거기에는 앨리의 보라색 코끼리와 먼저 도착한 라이카가 있었다고 증언하고 싶었다. 루이스의 우주는 그랬다. 앨리의 우주도 그랬을 것이었다.



1998, 학비

루이스의 집은 가난했다. 루이스는 16살 때부터 스스로 일을 했다. 루이스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린 죄로 감옥에 가고 나자 루이스는 마침내 대학에 가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대학에 가지 못하면 우주비행사가 될 수도 없었다. 루이스의 어머니는 꼭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살 수 있는 길은 아주 많다고 말했다. 루이스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울었다. 어머니에게 화가 나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루이스는 다만, 그렇게 살 수 없었다. 루이스가 원하는 것은 우주비행사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루이스가 일을 하는 자동차 정비소에도 CCTV가 있었다. 늘 테이프를 씹고 자주 꺼지는 CCTV였다. 루이스는 새벽을 골라 자동차를 훔쳤다. 해가 뜨기 바로 직전이어서 하늘이 아주 어두웠다. 차 안에는 분명히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루이스는 항상 하던 대로 값이 나가 보이는 차를 골라 쇠지렛대로 창문을 깨트렸다. 차 안의 물건만 꺼내서 도망칠 생각이었으나 비명이 들렸다. 차창 너머로 남자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119, 119 좀 불러줘! 루이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뒷좌석에 있던 가방과 남자가 차고 있던 시계를 가지고 도망쳤다. 죄책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루이스는 다만, 학비로 쓸 완전한 차가 필요했다. 여기저기서 훔친 차와 남자의 가방, 시계를 팔자 대학에 입학하고도 남을 돈이 생겼다. 집에 돌아왔을 때 루이스는 돈을 봉투에 담아서 침대 매트리스 사이에 숨겼다. 루이스의 아버지는 보석을 받으면 풀려날 수 있었고 루이스에게는 학비를 제외하고도 쓸 수 있는 돈이 많았지만, 그는 누구에게도 돈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화가 나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루이스는 다만, 대학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돈이 필요했다. 일주일 후에 경찰이 와서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루이스를 데려갔다. 루이스의 어머니가 울면서 경찰의 팔을 잡았지만 소용없었다. 루이스가 쇠지렛대로 다리를 찌른 남자는 병원에 누워서도 루이스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루이스는 재판을 받았고, 성인 법으로 처벌을 받았다. 배심원들은 모두 루이스가 감옥에 가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루이스는 재판이 끝난 다음에 감방 안에서 울었다. 세상에 화가 나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루이스는 다만, 스스로를 견딜 수 없었다. 우주비행사가 아닌 루이스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1999, 종말 I

루이스는 감옥에서 스무 살을 맞았다. 루이스의 생일에 어머니는 닐 암스트롱의 목소리가 담긴 테이프와 보라색 코끼리, 까만 별, 닐 암스트롱의 발자국을 보냈다. 루이스는 코끼리와 별을 겹쳐 벽에 붙이고 암스트롱의 발자국은 바닥에 붙였다. 루이스에게는 매번 친구들로부터 편지가 왔다. 가끔 니콜라이도 루이스에게 편지를 썼다. 루이스의 스무 살 생일이 지나자 니콜라이에게서는 편지가 완전히 끊겼다. 루이스는 밤에 자려고 누워 암스트롱의 발과 보라색 코끼리와, 아무도 밟지 않은 까만 별을 보았다. 교도소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갔다. 할 일이 없었으므로 루이스는 앨리의 별을 긁어보기 시작했다. 별 아래는 아무 것도 없었다. 무지개 색으로 빛날 줄 알았던 별은 그냥 까만 별이었다. 루이스가 긁은 자리마다 별이 희끗희끗하게 변했다. 색을 찾아서 별을 긁던 루이스는 흰 자리가 많아질 무렵에 그만두었다. 계속하다간 코끼리 아래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까봐 겁이 났던 것이다.

어머니는 선물은 보냈지만 루이스를 면회 오지는 않았다. 그녀는 사람을 때려 교도소에 들어간 아들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루이스는 어머니가 보낸 암스트롱의 말을 되풀이해서 들으면서 바깥에선 모든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해 했다. 루이스에게 바깥은 달의 뒷면 같았다. 거기에는 무엇이든 있을 수 있었다.

루이스의 생일이 지나고 며칠 후에 가석방 심사가 있었다. 교도소와 군대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루이스는 군대를 골라 교도소를 나왔다. 나오면서 루이스가 챙긴 것은 코끼리와 별 뿐이었다. 닐 암스트롱의 발은 루이스의 감방에 그대로 붙어 있었다.



1999, 괴물들

괴물들이 루이스의 세계로 건너왔을 때 루이스는 군대로 이송되는 도중이었다. 루이스는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했다. 괴물들의 제대로 된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루이스가 본 것은 단지 혼자서 불타는 건물과 거리에서 우왕좌왕하며 오가는 사람들뿐이었다. 사람들은 일정한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뒤에서 쫓아오는 게 아무 것도 없는데도 한결 같았다.

훈련소에 도착해서야 루이스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훈련소의 텔레비전에서 괴물들이 길거리로 쏟아지는 모습이 방송 되었다.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고 약탈하는 장면도 있었다. 텔레비전을 본 날 저녁에 루이스는 집에 전화를 했다. 동료들이 모두 전화기를 쓰고 싶어 해서 루이스의 차례는 아주 늦게 돌아왔다. 어머니는 전화를 받고서는 아무 일도 없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둘이 커튼을 모두 내리고 문을 잠근 채 집에 숨어 있다고도 했다. 사람들이 가끔 문을 두드리고, 상점이 강도를 당했고, 길에서 총을 쏘는 사람들도 있지만 괴물은 텔레비전에서 밖에는 보지 못했다고. 어머니는 루이스에게도 무사하냐고 물었다. 루이스가 있는 훈련소는 사막의 한가운데였다. 루이스는 여기서는 모든 게 다 괜찮다고 대답했다. 걱정하지 말라고 덧붙이고 전화를 끊으려는데 어머니가 잠깐, 하고 서둘러 말을 이었다. 루이스, 네게 편지가 왔어. 니콜라이 기억하니? 네 친구한테서 온 편지야. 그 애는 잘 지내? 한 번 얼굴을 본 적 있는데 요즘은 뭘 하고 있다니? 루이스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료가 루이스의 어깨를 다급하게 두드렸다. 루이스는 아무튼 편지를 보관해달라고 말하고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2000, 종말 II

루이스는 자대 배치를 받고서도 앨리의 그림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작은 수첩을 사서 그림을 접어 넣고는 수첩 안에 아무 말이나 적었다. 심심할 때면 암스트롱의 말을 옮겨 적기도 했다. 한 사람에게는 단지 조그만 한 발짝에 불과하지만, 전 인류에게는 하나의 큰 도약이다. 혹은 유리 가가린의 말, 지구는 푸른빛이었다. 루이스는 가끔은 수첩의 일부분을 까맣게 칠하고 손가락으로 까만 부분들을 벗겨냈다. 무지개 색은 나오지 않았다. 아래에 아무 것도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루이스가 사막의 기지에서 시간을 죽일 무렵에는 괴물이 아무 곳에나 존재했다. 그것들은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었으며, 어느 경로로 어느 시간대에 나타나는지도 미정이었다. 같은 패턴이 있다면 하나같이 대도시에 출몰한다는 점이었다.

루이스는 괴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텔레비전과 신문에는 괴물의 이야기가 자주 나왔다. 루이스의 동료들은 괴물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 할 일이 늘어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루이스는 괴물을 만나보고 싶었다. 정말로 달의 뒷면에는 코끼리가 사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였다. 우주비행사가 될 수 있던 때는 지났지만 그래도 루이스는 우주를 사랑했다. 루이스의 우주는 여태껏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 거기에는 여전히 형광색 지구와 보라색 코끼리, 라이카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앨리도 함께 있었다. 앨리, 루이스가 사랑했고 루이스와 같은 우주를 가지고 있는 앨리도 그곳에 있었다.



2003, 이라크

니콜라이에게서 편지가 왔을 때 루이스는 이라크에 있었다. 이라크의 자유¹를 위해서였다. 루이스는 에이브람스 전차가 옆을 굴러갈 때 배를 깔고 누워 편지를 읽었다. 어머니가 이야기한 그 편지였다. 니콜라이는 편지에 많은 이야기를 적어두었다. 

편지를 다 읽고 나서 루이스는 에이브람스가 완전히 지나간 다음에도 일어날 수 없었다. 루이스가 죽은 것처럼 엎드려 있자 동료가 와서 괜찮으냐고 물었다. 루이스는 괜찮다고 대답했지만, 밤에 혼자 화장실을 들고 이라크의 모래 둔덕 뒤에 앉아서는 울음을 터트렸다. 루이스가 울면서 부른 것은 앨리, 니콜라이, 괴물의 이름이었다. 울음을 그친 다음에 루이스는 수첩을 꺼내서 문장을 추가했다.



1999, 괴물

대침투 직후에 불을 보았다. 이송하는 도중이었다. 괴물의 짓이었다. 그들은 결국 인간을 모두 죽일 생각이다. 

앨리는 1988년 죽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니콜라이에게 답장을 쓸 것.



1988, 코끼리 무덤

때로는 집중해서 바라보고 계속해서 의심해도 보이지 않는 진실이 있다. 거울의 뒷면이 그렇듯이.


1987년에 사라진 앨리는 1988년에 시체로 발견 되었다. 실종된 쇼핑 몰에서 한참 떨어진 연못에서였다. 앨리는 퉁퉁 불고 쭈글쭈글해져서 누구도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앨리의 시체가 발견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앨리의 부모가 먼 도시에서 돌아왔다. 부부는 딸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안부를 전하고 싶어 했지만 경찰은 결코 앨리의 시체를 보여주지 않았다. 부부는 결국 앨리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장례식을 했다. 루이스도 어머니의 손을 잡고 앨리의 장례식에 갔다. 관은 닫혀 있었고 사람들은 모두 울고 있었다. 루이스의 어머니도 눈물을 흘렸다. 어른들이 서로 모여 우는 사이에 루이스는 앨리의 관에 가까이 갔다. 관은 새까만 색이었다. 루이스는 손톱으로 관을 긁어 보았다. 관은 벗겨지지 않았다. 관의 까만색 아래에는 아무 것도 없음이 분명했다.

앨리의 관이 구덩이로 내려갈 때 루이스는 곁에 서서 기도했다. 앨리, 우주에 가기를, 앨리, 그림을 많이 그리기를, 앨리, 코끼리와 네가 행복하기를. 그리고 앨리, 라이카처럼 2000바퀴를 맴돌게 된다고 해도 결국에는 다시 되돌아오기를. 루이스는 앨리가 괜찮을 거라고 믿었다. 라이카가 괜찮을 거라고 믿는 것과 비슷한 확고함이었다. 아프고 슬픈 것들은 모두 우주에서 위로받을 수 있었다. 1988년의 루이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장례식이 끝나고 방으로 돌아온 루이스는 앨리의 까만 별을 긁었다. 별의 가장자리에는 아무 것도 없었지만, 가운데로 내려가자 무지개 색의 바닥이 나왔다. 루이스는 보라색 코끼리를 제외한 동물과 식물들을 별과 함께 접어 창가에 두었다. 앨리가 사랑하는 동물과 식물, 별을 가져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혼자 남은 보라색 코끼리를 위해서는 새로운 별을 그렸다. 바닥을 모자이크로 칠하지 않고 그냥 새까맣게 그린 별이었다. 1999년의 루이스가 앨리의 별이라고 생각하게 될 루이스의 별.

아침에 일어나자 루이스가 창가에 올려둔 종이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앨리거나, 혹은 바람이었을 것이다.



2003, 우주

루이스는 1999년 니콜라이에게서 온 편지를 앨리의 스케치북 마지막 면에 붙였다. 루이스가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것은 앨리의 스케치북에 별을 만드는 일이었다. 루이스는 앨리가 그린 모든 우주에 별을 만들었다.

루이스의 우주에는 여전히 색깔이 많았다. 루이스의 달에는 여전히 보라색 코끼리와 라이카, 앨리가 살고 있었다. 루이스의 지구는 여전히 형광색이었다. 루이스는 여전히 걸을 때마다 발자국을 남겼다. 루이스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주비행사는 이제 될 수 없었다. 아주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루이스는 집에서 나가기 전에 스케치북을 창가에 두었다. 앨리가 사랑하는 우주를 가져갈 수 있도록. 루이스가 떠난 다음 날 스케치북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앨리거나, 혹은 아무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¹ 작전명 Freedom of Iraq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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