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일의 길, 리베르 프리무스 Liber Primus
<레드북>은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리베르 프리무스와 리베르 세군두스, 스크루티니스.
리베르 프리무스 Liber Primus는 라틴어로 첫 번째 책이라는 뜻으로, '이 시대의 정신'과 '깊은 곳의 정신', '궁극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무의식의 탐사를 위한 '지옥으로의 하강'과 자기와 대면하기 위한 고독의 시간, 사막의 체험, 진정한 자기를 찾기 위해 '영웅을 살해', '엘리야와 살로메'의 만남과 가르침을 받는 등의 내용이다.
리베르 세군두스 Liber Segundus는 '두 번째 책'이라는 뜻으로, 이집트 신화와 수메르 신화의 이미지와 이야기가 실려 있고, 신화 속 인물이 등장하고 다양하게 만다라를 표현한 그림들이 수록되어 있는 장이다.
스크루티니스 Scrutinies는 '정밀검증'의 장이다. 마지막에 부록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핵심정리 같은 내용이다. 스크루티니스는 특별한 의례를 가리키는 라틴어이다. 자기 성찰과 회개를 하며,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신의 은총을 바라는 의례를 말한다.
레드북은 이사야와 요한의 성서를 인용하면서 시작하고, 이어 '이 시대의 정신'과 '깊은 곳의 정신, 궁극의 의미, 센스와 난센스' 등이 키워드로 등장한다. '깊은 곳의 정신'은 레드북 전체를 관통하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융이 말하는 '이 시대의 정신'은 효율적인 것, 쓸모 있는 것, 합리적인 것, 말이 되는 것, 과학적인 것들을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을 의미한다. '깊은 곳의 정신'은 우리 내면의 깊은 곳, 신비한 것, 이해되지 않는 것, 말이 되지 않는 것 이를테면 '추락이 상승이다' 같은 역설적인 것들을 말한다. '궁극의 의미'는 삶의 진정한 이유, 결국은 각자가 자기 자신의 길을 가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융은, 이 시대의 정신을 배제할 것도 아니고 깊은 곳의 정신만 추구할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이 시대의 정신'과 '깊은 곳의 정신'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융은 처음부터 끝까지, 개성화 과정을 강조한다. 다양한 표현으로 같은 말을 반복한다. "당신이 당신의 삶을 살지 않는다면 누가 당신의 삶을 살겠는가"(15쪽)라고, "그러니 당신 자신의 삶을 살도록"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