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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세우는 작고 단단한 글쓰기 22화

반려동물은 죽어 수호신이 된다

by 해리포테이토

동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토테미즘과 관련 있다. 곰이나 늑대, 호랑이, 버드나무 등을 숭배하며 자기 부족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결속력도 다졌을 것이다. 반려동물과 반려식물도 인간동물과 똑같이 가족이다. 반려동물과 반려식물과의 경험도 글쓰기에 좋다.



첫사랑 강아지 마루를 떠나보낸 뒤, 두 번째 강아지 뽀송이는 수호신이 된 것 같다. 뽀송이 사진을 볼 때마다 나를 지켜주고 있는 듯 든든한 마음이 든다. 지금은 세 번째 강아지 뽀실이와 사는데, 뽀실이는 일찍이 자유롭게 다니던 몸이라 그런지 아주 야생적인 강아지이다.



2010년 5월 6일, 나는 소파에 누워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원통형의 연탄난로 위에 있던 솥을 들어 올리다 물이 왈칵 쏟아져 연탄불이 꺼지고 마는데,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라 깨었고,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심장이 쿵쾅쿵쾅, '가위에 눌린다는 게 이런 거구나..' 나는 처음 겪는 가위눌림을 인지하며 천천히 눈동자부터 굴리고, 손가락 발가락을 움직이려 했다. 잠시 뒤 괜찮아졌다. 나는 내 종아리에 턱을 괴고 자는 강아지 뽀송이에게 "야 좀 비켜봐 봐" 하면서 뽀송이를 안아 올렸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이상한 비명을 지르더니 똥을 싸고 기절을 한다. 나는 너무 놀라, 뽀송이를 거듭 부르며 심장을 비비고 다리를 주무르고 코에 숨을 불어넣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와중에 응급조치 같은 것을 했다. 잠시 뒤 뽀송이는 정신이 돌아왔다. 뽀송이를 데리고 늘 다니던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뽀송이는 아주 말짱하게 잘 걸어 다녔다. 아무 이상이 없는 것처럼.


뽀송이는 그날 밤 떠났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려고 소파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자, 뽀송이가 괴성을 질렀는데, 이상하게도 "가지 마!"라고 하는 사람의 음성으로 들렸다. 그때 뽀송이는 사람의 언어를 했는지도 모른다. 11년을 함께 했는데, 죽기 직전, '가지 마'라는 세음절 정도 내지 못했을까.. 이날 밤, "가지 마"라는 비명을 지른 직후 뽀송이는 또 기절했다. 뽀송이는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병원에서 의사가 온갖 조치를 취하고 있을 때, 눈물범벅으로 울고 있는 나를 꺼져가는 두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을 나는 기억한다. 한동안 죄책감이 많이 들었다.... 했더라면... 하지 않았더라면.... 등등. 누군가 그랬다. "눈물을 너무 많이 흘리면 실명이 된다"라고.


결국은 아주 복합적인 이유로, 운명처럼 떠난 것이다.




뽀송이는 가슴에 흰색 십자 무늬를 가진 슈나우저였다.


뽀송이가 떠나기 11년 전, 나는 아현동에서 살았다. 당시 고가도로가 있었고, 그 고가도로 아래쯤에 오래된 동물병원이 있었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병원이었다. (나는 첫사랑 강아지 마루를 떠나보낸 뒤 자주자주 동물병원을 지나가며 들여다보곤 했는데, 어느 날) 지나가다가 꼬물거리며 노는 자그마한 아기 강아지 하나 보았다. 내가 본 강아지는 뽀송이의 오빠였다. 나는 그 오빠를 보았고, 그의 여동생을 입양했다. (강아지계에 3대 '지랄견'이라고 있는데, 비글과 코카 스파니엘 그리고 슈나우저이다. 뽀송이의 오빠는 너무너무 활발하여 결국 파양 당했다고) 뽀송이는 인내심이 많았는데.



엘리자베스와 함께 있는 뽀송이



"병아리 좀 키워주세요."

성○가 병아리를 안고 왔다. 누가 버린 병아리라고, 집에 데려갈 수도 없다고. 할 수 없이, 내가 받았다. 종이 박스에 병아리를 키웠다. 성○가 신신 당부했다.

"삐약이 아니에요, 얘 이름은 엘리자베스예요."


삐약삐약, 너무 시끄러웠으나, 귀엽기는 또 얼마나 귀여운지. 특히 뽀송이가 좋아했다. 병아리의 여린 몸을 아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가까이에서, 보호하듯, 지켜주기도 했다.




오늘 당신의 마음을 세우는 문장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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