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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세우는 작고 단단한 글쓰기 23화

생명의 죽음과 그 파문의 기록

by 해리포테이토

'죽음' 전후에 신비한 일들이 일어나는 건 사람뿐만이 아니다.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가 죽을 때가 되면 집을 나간다고, 가족을 위해 일부러 나가는 거라고, 예전에 시골 할머니가 하신 말을 들은 적 있다.



건강하던 뽀송이가 갑자기 떠나고, 몇날며칠 눈물을 흘렸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꿈에서 어떤 할머니를 따라 다리를 건넌다.


한 할머니가 한옥 마을의 골목으로 들어선다. 나도 따라 간다. 다리를 건넌다. 다리는 이쪽 동네와 저쪽 동네를 이어주는 둥글고 높고 긴 다리다. 지구 끝에서 끝을 잇는 것처럼, 지상과 또다른 세계를 기이하게 연결하는 까마득한 높이의 다리를 건너는데, 바람이 불고 다리가 기우뚱 기울어 나는 미끄러질 것만 같다. 그래도 할머니는 계속 가고 나도 따라간다. 할머니는, (어느새 중년의 아주머니가 돼있고) 다리 끝에서 그쪽 동네로 들어선다. 나는 이제 안다, 할머니가 왜 이곳에 온 건지. 두 아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녀는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온 것이다. 마치 긴 여행을 하고 자기 집에 온 것처럼. 그녀에게서 편안함이 느껴진다.


뽀송이는 2살쯤에 새끼 셋을 낳았는데 다 입양 보냈고, 그 후 어떻게 지내는지 몰랐다.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뽀송이는 나랑 사는 내내 그 아이들을 그리워하고, 참고, 또 참고 하면서 진짜 자기 집, 아이들을 만날 날을 기다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뽀송이의 아이들이 어떤 이유로 세상을 떠났고, 그 죽음을 뽀송이는 알았을지 모른다. 그래서 그렇게 갑자기 내 곁을 떠났는지도..


반려동물은 신비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의미를 전달한다. 뽀송이에게 작은 엄마쯤 되는 내 친구에게는 꿈에 나타나 인간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었다고 하니.


그리고 나는 "다시는 동물 키우지 않을 거야"라고 했는데....



얼마 뒤 또 꿈을 꾼다. 나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식당에 앉아 있다. 직사각형의 식탁 앞에 둘러 앉아있고, 식탁 위에는 큰 솥이 불판 위에 올려져 있다. 사람들이 솥 안의 음식을 먹기 위해 앉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솥 안에는 개가 담겨있다. 나는 솥 안에 담긴 흰 개가, 살아있다는 것을 안다. 나는 끔찍하게 생각하며 꿈에서 깬다.


며칠 뒤 나는 흰색 유기견을 본다. 보는 순간, 닮아서, "뽀송이 어게인"인가.. 하며 성격도 닮았을 거라고 기대하며 입양을 하지만, 이 아이는 뽀송이 어게인이 아니라, 음식이 되지 않도록 뽀송이가 내게 부탁한 강아지였다.



사람 외 다른 생명의 죽음을 목격한 적이 있는가? 곤충이든 새든 사슴이든.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로드킬 당한 동물을 볼 수도 있고, 어떤 것이든 생명의 죽음과 그로 인한 마음의 파문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면 글의 길이에 상관없이 아주 멋진 글이 될 것이다.



오늘 당신의 마음을 세우는 문장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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