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를 꿈꾸다
프롤로그
히말라야를 꿈꾸다
오늘도 히말라야를 꿈꾸지.
눈 쌓인 산비탈,
은빛 가루에 파묻히는 꿈을.
하얗고 투명하게 얼어가는,
한주먹 가득 털어 넣은 수면제는
새파랗게 언 죽음의 길로 인도할 거야.
그렇게 잠이 들지.
그렇게 잠이 드는 상상을 해.
커피머신이 끄르륵끄르륵크륵, 큭, 소리를 내며 마지막 한 방울 내어놓을 때, "선배, 제 것도 부탁해요. 샷 추가해서. 아차, 그리고 오늘까지 보고서 올려주세요." 새파란 와이셔츠를 입은 후배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난주부터 상사가 된 띠 동갑 후배 C는 당신이 움직일 때마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부탁을 했다. 커피에서 인쇄물까지, 세탁소에 맡긴 유니폼을 찾거나 도시락을 사러 편의점에 갈 때, 그때마다 “가시는 길에”와 “오실 때”를 빠뜨리지 않고 부탁을 했다. 담배 부탁을 하지 않은 이유는 단지 담배를 피우지 않기 때문이었다. 당신도 볼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고개를 까딱였다. 고개만 까딱이는 것이 당신의 뻑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