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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래된 하루

거울을 보다

by 해리포테이토

2. 오래된 하루


당신의 집은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퇴근하면 커피포트의 단추부터 누른다. 물이 끓는 동안 당신은 가방에서 서류를 꺼낸다. 그리고 식탁에서 업무를 본다. 컵라면이 서류에 튀지 않게 조심하면서. 그리고 이따금 유일하게 있는 화장실 거울을 본다. 때때로 보고 싶지 않은 그들의 얼굴들을 본다.


거울 너머를 또 다른 현실처럼 바라보는 눈동자와 눈가의 주름과 기이하게 당당한 어깨에서 당신을 낳은 그녀의 모습을 본다. 병실에 누워서도 꿈꾸던 그녀의 얼굴을, 산 정상에서 그녀와 그가 결혼식을 올리던 오래된 그날을 꿈꾸던 그녀의 얼굴을 본다. 당신의 어머니, 그녀는 죽음을 앞두고 사랑만을 반복 재생했다. 죽음도 함께하리라고 약속했던 그 사랑이라고 부르던 그날들을 꼭 붙잡고 놓지 않았다. 마치 죽어서 그때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고 믿는 것처럼. 병실에 누워 허공을 바라보던 그녀를 당신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당신은 그것이 이해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안다. 적극적으로 상상을 하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이해가 아니라 수용의 문제라는 것을 한다. 하지만 당신은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젓는다. 그 편이 익숙하다. 당신이 그녀를 이해하려고 하면 줄줄이 사탕처럼 딸려 올라오는 그와 명에 관한 기억이 있기에 생각은 거기까지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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