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 카비리
'나'는 '카비리'를 만난다. 카비리는 난쟁이다. 심연 같은 존재, 못생긴 도둑 같은 존재, 하지만 비밀스러운 기술을 가진 이 존재로부터 쓸모 있는 형태들이 생겨나고, "형성되지 않은 금의 최초의 형성"이 시작되고, "해방된 신들의 알에서 기어 나오는 벌레"가 카비리이며, 인간 같은 몸에 동물 같은 얼굴을 가졌다. 우리는 "난쟁이이면서 물건의 영혼"인 카비리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 카비리는 "신비롭고 원시적이고 세속적이다."(339쪽)
카비리가 '나'에게 새파랗게 벼려놓은 칼을 건네주며 뭔가를 자르라고 한다. 그것은 "당신을 묶고 있는 매듭"이다. 매듭은 불가사의할 정도의 멋진 작품 같다. 얽히고설킨 매듭. 그런데 다시 보니, 이 매듭은 머릿속 '뇌'가 아닌가. '나'는 자신의 뇌를 자기가 사형시켜야 한다는 것에 놀란다. 카비리는 '얽힘'이란 광기이며, 광기의 극복이 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땅의 정령인 난쟁이 카비리는 뇌의 섬유질이다. 카비리는 스스로를 파괴해 달라고 말한 것이다. 카비리는 말한다. "우리는 주인을 위해 죽길 원하는 하인들"이라고. "존재하는 모든 것이 가치 있는 것은 그것이 죽기 때문"(343쪽)이라고. 죽음을 통해 다시 솟아오르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드디어 '나'가 칼을 들고 내리친다. 카비리는, 두려워하면서 동시에 바라던 일이 일어났다고 외친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땅에 이른다.
나는 단단하게 되어 다시는 해체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더 이상 뒤로 흐르지 않는다. 나는 나 자신의 자기의 주인이다. (343쪽)
옛이야기에서 난쟁이들은 보물이 있는 곳을 아는 존재로 나온다. 땅속 깊은 곳, 구불구불 길 어딘가에 있는 보물. 용이 지키고 있던 보물들을 난쟁이는 알고 있다. 나는 내 내면의 보물을 알고 싶어서 2009년부터 꿈노트를 따로 마련해서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난쟁이가 몇번 나왔었다. 특히 키가 작은 연예인의 모습으로 나왔었다. 나는 어떤 보물을 찾았던가? 잘 모르겠다. 꿈은 그 의미를 해석해내지 못해도 스스로 자율적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