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너머

시인의 정원

by 소려


학교 가는 길

허물어져 가는 담벼락 너머로

꼬스굽한 된장찌개 냄새가 났다

고슬고슬 밥 짓는 냄새가 났다


담장 너머

뜨근한 아랫목 이불 사이로

언 손과 발을 밀어 넣으면

심장까지 뜨거워지는 온기


엄마가 둥근 상을 들고 철퍽 앉아

고춧가루 덕지덕지 배추김치를

내 눈앞에서 죽죽 찢어

하얀 고봉밥에 올려놓을 것 같았다


밥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입에 물고

하얀 두부 동동 뜬 된장찌개

휘휘 젖다 입에 푹 담아보면

좋다 소리가 꿀럭 나올 것 같았다


학교 가는 길

그늘 빙판을 걸으며

살금살금

담장 너머 집을 돌아봤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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