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외줄 타기.

32.

by EARNEST RABBIT

관계의 외줄 타기


용광로에서 용액이 흘러나오듯.

분노에 휩싸인 오래된 감정들이 쏟아져 나온다.

묵직하고 점성이 높은 분노의 감정은 쉽게 살아질 것 같지 않다.


꾹꾹 눌러 담은 하얀 쌀밥을 담아내듯, 내 감정도 꾹꾹 눌러 담아 카톡을 보냈다.


모든 상황에서 양보만 그리고, 수용만 했던 나의 선택들을 후회한다.

이것은 결론적인 문제보다는 과정에서 느껴졌던 나의 심정이었다며 호소한다.


분노를 호소하는 일은 드문 일이다.

분노를 표출한다는 문장이 더 맞는 문장 같아 보이지만, 난 호소했다.


내가 이렇게 된 이유와 힘든 이유 나는 사람이기에 한 정 된 감정만 소화할 수 있다는 내용과 함께.

내가 이제 것 상대방을 위해 감내하고 배려했던 내용까지 꾹꾹 눌러 호소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그도 힘들다는 것.

자신도 힘들어 내 힘듦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


자신도 이해를 받고 싶으며, 내 힘듦 못지않게 고난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는 답변이었다.

3명의 관계가 얽혀있어 그 관계의 흐름이 막혀 버린 뒤.


1명을 제외한 2명의 고통은 배가되어 그 상황에 고착되어버린 것이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6개월가량 일을 함께 하면서 3개월 단위로 서로의 입장을 표명하는 시기가 오는 것은 너무 빠르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 관계와 일에 얽힘을 자르고 싶어, 던진 말이었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자신도 나와 같은 입장이며, 나보다 더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역시, 힘듦의 역치는 개개인의 범위 내에서 서로가 느끼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내가 저 사람보다 힘들다.

저 사람이 나보다 더 힘들 것이라는 어렴풋한 지레짐작은 그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로 상충되는 감정의 경계선을 외줄 타는 것이 관계이다.


그 선을 자르면 현재 올라가 있는 사람만 다치고 고통스럽다.

그게 내가 아니길 바라지만 거의 내가 줄 위에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줄을 탄다는 것은 어쩌면, 한 발 한 발 내딛는 모든 행위가 자신의 안위와 직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줄을 나만 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도 함께 탄다면. 그 위험은 한 층 더 높을 것이다.


KakaoTalk_Photo_2021-07-10-11-51-43 002.jpeg 출처 : 빌 에반스


<오늘의 묵상>


인간의 감정 체제는 크게 사랑과 두려움으로 나뉜다.


그 두 감정에서 파생된 여러 가지 심리적 요인들이 여러 감정의 소그룹들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사랑은 기쁨과 환희, 평화, 안정, 베풂, 이해 등의 긍정적 감정 요소를.

두려움은 환란, 증오, 불안, 걱정, 공포, 회의, 배신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야기한다.


중간쯤의 섞인 감정으로는 연민을 들 수 있겠다.

사랑과 두려움 속에서 우리는 어느 하나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 투영시킨다.


즉 내재적 프레임을 씌워 놓고.

그 프레임 안에서 우리의 생각으로 남을 단정 지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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