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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우 Dec 14. 2023

오늘을 위한 글 11

극적전환점

 작가교육원에서 플롯포인트(= 극적전환점)에 대해 배운 적이 있습니다. 단막극에서 플롯포인트는 3시퀀스, 5시퀀스에 들어갑니다. 플롯포인트란 말 그대로 극이 전환점을 맞는 것입니다. 작년에 핫했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예로 들어볼게요. 


 주인공 윤현우(송중기 역)가 재벌집 막내아들 진도준으로 태어납니다. 그리고 어떤 사건으로 인해 진도준은 삼양그룹을 사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삼양그룹 진양철(이성민 역) 회장은 장자승계를 원칙으로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진도준이 삼양그룹을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극이 진도준과 진양철 회장의 대결구도로 전환됩니다. 이 부분이 제가 생각하는 첫 번째 플롯포인트입니다. 


 진양철 회장은 장자승계의 원칙을 버리고 자신과 닮은 진도준에게 삼양을 물려주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습니다. 진양철 회장은 다른 자식들에게는 골고루 자신의 재산을 나누어주지만 진도준에게만 아무 유산도 남기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두 번째 플롯포인트는 진도준이 진양철 회장이 자신에게만 아무 유산도 남기지 않은 이유를 깨달은 지점입니다. 진도준은 회장의 뜻을 깨닫고 물려받기로 한 삼양그룹을 다시 사야겠다고 다짐합니다. 


 16부작 드라마여서 제가 생각하는 두 지점 말고도 극에는 여러 플롯포인트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말한 두 개의 플롯포인트가 주인공의 인생이 가장 크게 변하는 지점입니다. 


 연재를 시작할 때 어떤 글이라도 쓰자고 생각했습니다. 그 글이 부끄럽거나 모자라서 지워버리고 싶더라도요. 22부는 잘못된 계산입니다. 딱 한 달만 쓰려고 했습니다. 그러면 일주일에 네 번이니까 16부가 되어야 합니다. 연재를 시작할 때는 가벼운 계산도 되지 않았습니다.


 아홉 개의 글을 발행하고 열 번째 글을 쓰기까지 텀이 있었습니다. 열 번째 글을 쓰기 전에 이 연재가 어떻게 마무리되어야 할까를 생각하다 보니 글이 늦어졌습니다. 글이 중간지점에 가까워지니 플롯포인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플롯포인트가 있어야 연재가 마무리될 거니까요. 그 고민이 좋았습니다. 16개의 글을 22개로 계산하던 몇 주전과는 달랐습니다. (22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요? 주 5일 연재여도 글이 20개여야 하는데 말입니다.) 지금은 제가 차근차근 생각을 합니다. 


 제가 배운 드라마는 가야 하는 방향이 있습니다. 글을 꼭 배운 대로 써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여러 선생님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은 시청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나쁘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그 말에 동의합니다. 인생이 드라마나 영화는 아니지만 저는 좋은 방향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어떤 플롯포인트를 맞이해야 나빠지지 않고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까요. 이 글이 좋은 방향으로 가려면 엔딩이 확실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만큼 좋아졌습니다.라고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쓸 수가 없었습니다. 어제는 괜찮은 것 같았다가 오늘은 안 괜찮을 때가, 하루종일 안 괜찮았다가 잠깐 몇 초 즐거웠는데 엔딩을 위해 잠깐 즐거웠던 몇 초에 대해 쓰자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글이라도 써야지 하고 먹었던 처음 마음과 달리 고민이 길어집니다. 


 상담선생님께서 우울은 선택하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함정에 빠지지 않고 글이 마무리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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