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표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아이들과 계획표를 짰습니다. 목표는 공부가 아니라 운동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데 작은 아이가 수영장 앞에 걸린 방학 특강 현수막을 보고 수영을 하고 싶다고 말을 한 것이 단초였습니다.
상담 선생님께서 저에게 첫 번째로 내주신 과제는 아침 하늘을 보라는 것이었고 두 번째로 내주신 과제가 일주일 계획표를 작성하는 것이었는데 계획표 작성 과제를 내주시면서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계획표를 작성할 때 우울을 계획하는 사람은 없다고요. 우울도 선택하는 거라고요. 선생님께서 계획표를 작성하는 방법도 알려주셨는데 그건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야기하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이 과제를 30프로 밖에 해내지 못했지만 과제를 하고 난 이후로 저는 집안일을 직접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겨울방학계획표를 그렸습니다. 오전에 할 일은 운동과 휴식, 오후에 할 일은 학원 다녀와서 휴식, 저녁에 할 일은 숙제와 휴식. 오랜만에 하는 운동에 대해서 체력이 올라갈 때까지 잘 먹고 잘 쉬는 것이 운동에 포함이라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학원가는 시간에 맞춰 저는 필라테스 학원에 등록하였습니다. 오래 하던 운동이었는데 1년 가까이 쉬었습니다. 근육이 빠지면서 몸무게가 줄었는데 같이 건강해지기로 하였으니 고민하지 않고 시간에 맞는 학원을 찾아 등록하였습니다.
이번 방학은 지난여름과는 다르게 보내겠다고 막연하게 생각만 하였는데 계획을 하고 나니 생활이 분명해집니다. 작은 아이가 상담선생님께 한 말입니다.
-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제가 여름 방학 때는 아무것도 못 했잖아요? 그런데 엄마랑 자전거를 타고 수영장에 가면 멀리 갈 수 있어요. 예전에 친구들이랑 자전거를 타고 놀 때는 단지 안에만 있었거든요. 방학이 지나고 나면 엄청 튼튼해져 있을 거예요. 빨리 방학이 되면 좋겠어요. 너무 기대돼요.
작은 아이는 겨울방학이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상담을 시작한 지 반년만에 아이 입에서 나온 긍정적인 말입니다. 상담선생님께서 부모는 아이와 발맞춰 걸으면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 스텝이 엉킨다고요. 너무 멀어도 안되고 반발짝 또는 한 발짝 정도 앞서 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저보다 앞에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저는 할 일에 60프로를 합니다. 아이의 말에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지만 내일이 기대되진 않습니다. 24년도 12월에는 새해가 '기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