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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우 Dec 11. 2023

오늘을 위한 글 10

행동동기

 

 지난 추석연휴 첫날,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침에 갑자기 든 생각이었습니다. 첫째는 명절이기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러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첫째는 원래 보내던 명절루틴대로 시댁에 갔다가 친정엘 갔습니다. 저는 둘째와 둘이서 부산을 걸었습니다.


 부산에는 영도에 있는 감지해변을 포함해 8개의 해수욕장이 있습니다. 위쪽부터 임랑 - 일광 - 송정 - 해운대 - 광안리 - 송도 - 다대포 해수욕장입니다. 저희 집은 다대포와 멀지 않은데 (까닭은 알 수 없지만) 임랑해수욕장부터 부산의 해수욕장을 따라 집까지 걸어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산토박이여서 그런지 루트가 한 번에 그려졌습니다. 


 둘째와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임랑해수욕장으로 갔습니다. 첫째 날은 임랑해수욕장에서 일광해수욕장까지 10킬로미터를 걸었고, 둘째 날은 일광에서 송정까지, 셋째 날은 송정에서 해운대까지 걸었습니다. 잠은 모텔 같은 호텔에서 잤습니다. 


 부산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위 쪽 사진은 인스타그램에서 본 북카드입니다.  책 광고를 보고 전두엽에는 걷기가 좋구나, 나도 둘째랑 삼일을 걸었는데 하고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저는 강력한 행동 동기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입니다. 


 코로나가 극성일 때도 명절에 양가 어른들을 찾아뵙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어른들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고 단독결정을 한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빨리 일어서고 싶은데 방법은 모르겠고 일단, 오늘은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을 사는 방법으로 왜 걷기를 선택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글을 쓴다고 이제야 이유를 돌이켜보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옛날 어른들이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건 머리밖에 없다며 파마를 하셨던 게 생각납니다. 같은 맥락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삼일을 걸으니 두 다리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돈이 없고 차가 없어도 부산은 잘 아니까 적어도 부산 안에서는 못 갈 데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맨몸이라도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둘째가 같은 기분을 느끼길 바랐는데 걷는 게 힘들어서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습니다. 둘째는 송정바닷가에서 오천 원짜리 돗자리를 사서 돗자리를 펴고 누웠을 때 호텔보다 좋다고 했습니다. 저희는 달을 보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보름달이 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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