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와 긴긴 방학
Day 43
아침에 장을 보고, 점심으로 호사스러운 시금치 를 먹은 후 시댁으로 갔다.
머리아픈게 좀 나아졌다고 생각 했는데, 점심을 먹고 나니 또 머리가 아파진다. 내가 머리가 아프다고 하니 동서가 조그맣게 명절증후군 아니냐고 속삭인다.
못알아듣고 “뭐라구??” 했는데 또 조그맣게 “명절증후군이요~ 명절증후군 아니세요?” 한다. ㅋㅋㅋㅋㅋㅋ
아니 한게 있어야 명절 증후군이지, 우리 아무것도 안하잖아~ 했는데 본인도 아침부터 머리가 아팠다고 해서 나를 빵터지게 했다.
어쩄든 계속 머리가 아파서 잠깐 누워있으려고 들어갔다가 딥슬립에 빠져들어 자고 일어났더니 좀 나아졌다. 정말 명절증후군인가? 혼자 생각하며 웃었다.
Day 44
아침 일찍 다시 시댁으로 간다. 첫째는 이제 한복을 입지 않으니, 둘째만 곱게 차려입혔는데, 한복을 입히니 행동도 다소곳해진다. 희안하다.
점심은 엄마네 집에 가서 먹었다. 엄마가 끓여준 떡국이 아직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나란 인간 ㅋㅋㅋㅋ 정말 명절증후군이었는지 더 이상 머리가 안아프네? ㅎㅎ
다 같이 앞의 개천을 걸으러 나가서 한참을 걸었다. 인공 폭포가 있는데 외국인이 너무 많아서 좀 놀라웠다.
Day 45
시부모님과 함께 경희궁에 갔다. 첫째는 집에 있겠다고 하여 둘째만 데리고 나가는데, 첫째가 심각하게 좋아하네 ㅋㅋㅋ
아침 일찍 가서 우리밖에 없는 궁궐, 우리나라의 옛 궁궐과 터를 보면 나는 너무 마음이 아프다. 여기도 왠지 모르게 애잔한 느낌이 드는 장소였다. 아닌게 아니고 다 훔쳐가고 다른용도로 쓰고, 건물은 아주 일부만 남아 우리를 반긴다.
아이랑 연날리기도 하고 뛰기도 한다. 개들이 많았던 궁궐, 건너편에 있는 강남면옥에서 점심을 먹고 집으로 갔다.
아들과 밤에 영화 남한산성을 보았다.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고 있다. 조선시대 이야기를 보고 듣고 있으면 열불이 나는 편인데 남한산성도 똑같았다.
왕사남은 좀 신파인데다가 호랑이가 너무 가짜 티가 난다고 생가했는데, 남한산성은 다시 봐고 영상미가 남다르고 선악구도같은 것이 있는 게 아니라 각자의 신념에 따른 두 관료의 대립이어서 내 기준에서는 더 좋았다.
아들은 왕사남이 너무너무 재밌다며 2회 관람함.
Day 46, TEA
올해로 결혼한지 10+N 년차가 되니 모든 가구며 전자기기들이 낡아간다. 식탁은 두 명일 때 사서 너무 작고 덜그럭거려서 아이들이 생기고 계속 바꾸고 싶다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바꾸기로 맘을 먹고 식탁을 보러 갔다.
요즘은 예약해야 볼 수 있는 쇼룸이 많아서 예약을 하고 청담동 쇼룸으로 가는데, 찾아보니 내가 좋아하는 티하우스가 마침 쇼룸 옆이었다. 그래서 아이를 등원시키고 티하우스에 혼자 가서 호사스러운 아침을 누렸다.
티 책을 보고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나왔다가 예전에 가던 홍차집이 생각나서 찾아보니 일찍 부터 열기에 홍차를 먹으러 왔다.
아… 티 이름이 생각이 나지를 않는데…여튼 홍차를 마시러 왔고 여전한 맛이다.
10년 전의 나. 중등 아들이 누워있는 아기일 때, 엄마에게 맡겨놓고 큰 맘 먹고 에프터눈티를 먹으러 왔었다. 너무 맛있었고 행복했던 오후여서 잊지 않고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음악과 향이 풍기는 이곳은 티 숍이라는 생각이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아침에. 이렇게 좋은 홍차를 마실 수 있다니.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말이다.
첫 잎은 살짝 묵직하면서도 상큼했다. 차를 우리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설탕과 크림을 넣어 먹으라고 주셨다.
홍차 파운드케이크는 얼그레이 맛이 퍼지면서 레몬 설탕이 쓴 맛을 잡아주어 같이 마시는 홍차의 풍미를 끌어올려주었다. 이렇게 실전으로 마셔볼 수 있어서 영광이다.
두번째 잔은 너무 써서 각설탕을 하나 넣었더니 갑자기 쓴 맛이 없어진다. 이렇게 인간은 당의 노예가 되는건가 ㅎㅎ 그리고 반잔 정도 마셨을 때 크림도 넣어보았다. 갑자기 밀크티가 되는 마법.
차를 마시는 시간과 햇빛을 느끼고 여유를 부려보는 날. 귀한 날이다.
식탁은 다 예뻤고 내가 사고자 하는 원목 식탁은 모두 비쌌다…또르륵.
그리고 다가오는 긴 긴 봄방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