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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험설계사 홍창섭 Jun 26. 2020

Part 0 프롤로그

1퍼센트 보험설계사 되는 법


'만날 사람이 없습니다. 소개받는 요령 좀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계약을 할 수 있죠? 스크립트 좀 알려주세요'

'종신보험을 팔 수 있는 세일즈 팁 좀 알려주세요'


'가게에 손님이 없어요. 어떡하면 손님이 올까요?

'우리 식당만의 레시피 좀 알려주세요'

'돈을 많이 벌고 싶은데, 좋은 아이디어 좀 주세요'


 입사 초창기 정말 힘이 들 때,  일을 정말 잘하고 싶은데 너무 어렵다고,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전국의 선배님들을 찾아다닌 적이 있다. 뭔가 그분들만의 대단한 세일즈 팁이나, 누구를 만나도 바로 계약을 할 수 있을 만능 스크립트가 있을 줄 알았다. 근데 다들 솔직히 말하면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겸손한 게 아니라 진짜 별것이 없었다. 말도 잘하지 못하고, 지식이 그렇게 있어 보이지도 않고, 내가 하는 이야기랑 다른 게 없어 보였다. 


그냥 별것 없다고, 방법은 이미 내가 다 알고 있다고, 출퇴근 성실하게 잘하고, 전화하고 만나고, 네가 꼭 하고 싶은 이야기 하면 된다고, 조금 더 절실하게, 진심을 담아서 , 근데 너는 정말 절실한 거 맞냐고, 아니 열심히 한 거 맞냐고.. 아닌 것 같다고. 좀 더 준비되면 찾아오라고, 


뭐지? 나는 혼란스러웠다. 차라리 나보다도 말을 더 못 하는 것 같고, 아는 것도 없어 보이는데, 왜 저런 분들이 저렇게 일을 잘하지? 나도 전화를 하고 만나고 싶지만, 만나거나 전화할 사람이 없어서 힘든 건데, 저분들은 고객이 많으니까 일이 쉬운 건가, 나도 저분들처럼 관리하는 고객만 많으면 쉬울 텐데, 지금 만날 사람이 없어서 계약할 사람이 없어서 힘이 드니까, 뭔가의 방법을 알려주길 바랬는데, 그냥 또 전화를 하라니, 화가 났다.

가르쳐 주기 싫어서 그런가 하는 배신감도 들고 나의 절박함을 무시당한 거 같아 기분이 나빴다. 


10년이 지났고, 많은 후배들을 만났다. 10년 전의 내가 찾아왔다. 

그들은 나에게 스킬과 요령을 배우고 싶었을 텐데, 난 선배님들처럼 스킬과 요령 말고, 그것을 들 배울 수 있는 내가 익여야 하는 마음과 태도를 알려줬고, 고객들을 대하는 마음과 태도를 알려줬다. 

기껏 큰 맘먹고 찾아왔는데, 좋은 말인 것은 알겠지만, 당장의 계약이 급한 나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참 답답하고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에 실망을 했을 것이다. 


물론 당장 이번 주에 계약하나 할 수 있는 팁 정도는 알려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건 정말 그 친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도 없고, 절실함도 없이 그냥 대충 쉽게 잘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갖고 있는 사람에게, 그들이 원하는 손쉬운 요령을 알려줘 봤자, 이해도 안 되고, 나쁘게 변질될 뿐이고 결국 서로의 시간낭비가 될 뿐이기에, 결국은 10년 전 선배님들이 나에게 이야기했듯이 '정말 절박합니까? 그럼 일단 전화 한번 더 해보세요. 좀 더 절실하게 만나보세요, 그래도 안되면 다시 한번 찾아오세요'라고.. 사실은 '남의 노하우를 날로 먹으려고 말고, 스스로 좀 고민하고, 많이 부딪히고, 정말 절실하게 그 방법을 찾아본 후, 배울 준비가 되면 찾아오라고' 이야기를 하고 '만약 정말 배울 준비가 되어 있다면, 내가 가진 모든 노하우를 다 주겠다' 했지만, 다시 찾아온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설계사들을 위한 많은 교육이 있다. 근데 하나 같이 판매 요령과 팁, 스킬 교육만 있다. 

스크립트를 알려주고, 결국 정말 좋은 상품이니 이렇게 이야기하면 되고, 이걸 팔면 얼마의 수당이 남는다는 식이다. 그래서 좀 더 많이 전화하고, 많이 찾아가서, 계약을 더 많이 하라고, 이번 달 안에 하면 더 큰 시책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당장 그렇게, 요령과 스킬로 보험을 팔면, 다음 달의 생활비는 벌 수 있지만, 절대 이 일을 오래 하지 못한다.

한 달만, 일 년만 이일을 하고 싶으면, 판매 요령만 익혀서, 열심히(?) 찾아다니면 된다. 

그런데, 이일을 제대로 오래 하고 싶으면, 고객을 만나서 할 이야기, 스킬을 배우기 전에,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자격 즉 마음가짐과 태도를 배우고 익혀야 그게 몸에 체득되고 난 후에 스킬과 요령이 정확히 나만의 무기로 쌓일 수 있다. 우리 일은, 아니 우리의 인생은 조금이라도 어리고 더 능력과 의지가 있을 때 좀 더 어렵고 본질적인 일들을 했을 때 발전을 할 수 있다. 쉬운 일을 먼저 하면, 절대 다음에 더 어려운 일을 할 수 없다.


청결하고 부지런하고, 고객에게 진짜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식당은 절대 망하지 않지만, 단순히 요리실력만 좋은 식당은 절대 오래가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보험인으로서 가져야 하는 신념과 철학, 고객을 만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마음과 태도, 꼭 전달해야 하는 이야기, 내가 어떤 설계사가 되고 싶고, 고객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 보이지는 않지만, 가장 본질적인 물음과 행동이 몸에 베여야 하고 , 그 이후에 스킬과 지식이 내 것이 될 수 있고 이일에서 성공을 할 수 있다.


당장 유행하는 레시피를 잘 따라 하면, 단기간에 돈을 벌 수는 있지만, 절대 오래 할 수 없다. 금방 변했다는 비난과 함께, 한번 무너진 신뢰는 돌이킬 수 없다.


보험일은 유형의 만들어진 보험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브랜드가 가진 신뢰를 파는 일이다. 오래오래 유지해야 하는 계약인 만큼 물건 하나 파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이해하고 몸에 익히는 건 정말 힘이 든다. 그렇지만 그게 있어야 한다. 느릴 수는 있지만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 


보험 10년 동안 단 한 번도 챔피언이었던 적이 없고, 실적이 좋았던 설계사도 아니었지만, 난 그래도 고객님에게는 조금도 부끄러움 없는, 고객님에게만은 감히 최고의 설계사였다고, 어느 누구보다 고객님을 위해 가장 많이 고민한 설계사였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난 참 본인은 힘들 수 있지만, 나 같은 설계사가 세상에 좀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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