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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오이 Sep 25. 2022

내 퇴원은 어디쯤에 와 있나

09.08~09.10

1인실 호리한 아주머니와는 그 후로 복도에서 한 번 더 만나 함께 날씨 이야기를 했고 멀지 않은 날 퇴원하셨습니다. 병실의 여섯 중 셋이 바뀌었고 이제 나도 슬슬 퇴원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기대가 들었습니다. 보통 6일이면 퇴원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나는 5일째 새벽부터 배액양을 재는 간호사에게 눈짓을 보냈습니다.


내 오른쪽 겨드랑이에는 배액관 두 줄이 꽂혀 있습니다. 몇 시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비슷한 새벽에 간호사가 조용히 다가와 침대 불을 켜고, 배액 주머니에 모인 배액의 양을 쟀습니다. CD플레이어만한 배액 주머니의 튜브 구멍 만한 작은 입구를 열어, 담겨있는 배액을 계량컵에 쏟아 양을 기록했는데 나는 그게 신기하면서도 간호사마다 옮기는 손짓이 달라 구경을 했습니다. 숙련된 간호사는 배액 주머니를 빙빙 돌려 말끔하게 옮겨 담는 반면, 몇몇 간호사는 될 것 같은데 안 되는, 마치 입구 직전 꺾임이 있는 잼통에서 마지막 잼을 긁어내는 것처럼 옮겨 담았습니다. 빈 배액 주머니는 체중을 실어 다시 납작하게 누르고 재빨리 입구를 막았습니다. 간호사는 내 눈짓을 읽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퇴원을 기대한 것은 나뿐만이 아닙니다. 매일 아침 소독실 앞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그렇습니다. 나는 매일 아침 7시 25분이 되면 성형외과 소독실로 내려갑니다. 보호자가 소독을 마치고 나오는 환자에게 무언의 눈짓을 보내면 환자가 다시 눈짓을 보냅니다. 그곳의 모두가 그 눈짓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에 나오는 환자들마다 시선을 받았습니다. 매일 아침 마주치는 사이이기도 하고 또 다들 같은 입장이었기 때문에 어떤 이가 퇴원한다는 눈짓을 보내면 작은 축하말을 보탰지만 대부분은 퇴원에 실패했습니다.


6일째 새벽에도 7일째 새벽에도 간호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이렇게 되니, 때 되면 하겠지 했던 퇴원을 고대하게 됐습니다. 부들부들한 내 잠옷과 포근하고 사각거리는 내 방 침구가 그립고, 집의 익숙한 냄새와 방바닥 밟는 느낌도 그립고, 밥그릇도 국그릇도 날이 갈수록 그리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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