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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텔러 Oct 28. 2022

Prologue

이민 말고, 강릉 

뉴질랜드에서 약 3년간의 유학과 신혼생활, 첫째 딸아이를 임신하게 되면서 그곳에서의 삶을 매듭짓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이를 출산하고 약 5년간 대도시에서 살면서 마음 깊숙한 곳엔 언제나 자연을 가까이 두고 살아가고픈 소망이 자리하고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마음껏 누리던 대자연의 경험은 살아갈 삶의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으리라.      


20대 초반, 무슨 일이든 마음먹은 대로 내가 원하는 곳에 닿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었던 철없던 시절. 지금도 찾아 헤매고 있는 그 꿈을 찾기 위해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멋진 인생을 살아낼 수 있을지 나름 진지하게 고민하던 그때에 나는 떠남을 택했다.


뉴질랜드. 지금도 가끔씩 왜 많고 많은 나라 중에 뉴질랜드였을까 생각해 보면 그 이유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 땅도 넓고 인구도 많은 기회의 땅들을 뒤로하고 왜 뉴질랜드였을까? 아는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정말 모르겠다. 나는 알 수 없는 이끌림에 뉴질랜드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그곳에서 운명처럼 내 인생의 동반자를 만났다.


2000년대 초반은 지금처럼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도 없을 때였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이국적인 향기는 내가 지구 반대편 낯선 땅에 닿아 있음을 단번에 알게 해 주었다. 새파란 포스터물감을 풀어놓을 듯했던 하늘, 촘촘히 박힌 밤하늘의 별들, 어딜 가나 푸르름 가득했던 도시 곳곳의 정원들, 그 속에서 여유롭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지상낙원이 있다면 바로 이런 곳을 이야기하는 거겠구나 싶었던 대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꿈속을 거니는 듯 행복했고 할 수만 있다면 가능한 오래 그곳에 머물고 싶었다.


대학 복학을 위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고 그곳에서 만나 연애를 시작한 인연과는 2003년 10월 3일, 하늘문이 열리는 날(개천절) 결혼식을 올렸다. 그 이듬해, 홀로가 아닌 둘이 함께 뉴질랜드로 떠났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았고 그곳에서 정착할 계획을 세웠었다. 하지만, 2년 6개월 만에 여러 예상치 못한 이유들로 우리는 다시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고 첫째 아이를 낳고 5년 후인 2011년 강릉으로 이주했다. 길면 2년 정도 거주할 계획이었는데 어느덧, 강릉 살이 11년을 넘어 12년 차가 되어간다. 


신랑과 말버릇처럼 주고받던 ‘공기 좋은 곳에 살고 싶다.’라는 말은 현실이 되어 2011년, 운명처럼 강릉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되었다. 어쩌면 친정엄마가 나를 품고 계실 때 꾸셨던 태몽(소나무 밭에 꽃 한 송이, 강릉 하면 소나무니까) 덕분에 내가 강릉으로 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본다.

     

신혼을 뉴질랜드에서 보낸 우리 부부는 2011년 강릉으로 이주해 12년째 즐거운 강릉살이를 하고 있다. 고작 몇 년을 살아보고 강릉의 매력을 이야기하기엔 자격 부족이라 여겨졌고 적어도 강산이 한번 변할 법한 시간은 지내보아야 강릉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KTX 기차가 운행하지 않았던 터라 강릉에 가려면 반드시 영동 고속도로를 타야 했다. 대관령을 넘을 때는 안개가 늘 자욱했고 비행기를 타고 전혀 다른 세상으로 이동하고 있는 듯 한 착각이 일곤 했다. 높은 고지를 넘어서면 막혔던 귀가 뚫리고 전혀 다른 세상으로 연결되는 듯 느껴졌다. 그 순간 나는 '우리는 강릉으로 이민 왔어!' 마음속으로 외쳤다.     


강릉에서 우리는 세 식구에서 네 식구가 되었고 이곳에서의 삶을 선물처럼 여기며 살아가듯 여행하고 여행하듯 살아가고 있다.      


지금 당신, 더 좋은 자연환경, 교육환경 그리고 기회를 기대하며 떠나길 꿈꾸는가? 

이민 말고, 강릉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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