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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텔러 Oct 28. 2022

사계절이 아름다운 도시[겨울 이야기]

이민 말고, 강릉 


겨울이 가려나 싶을 때 내리는 함박눈, 그것도 3월에...

2014년 겨울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강릉에 몇십 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이었다. 눈이 몇 날 며칠에 걸쳐 쉼 없이 펑펑 쏟아져 내렸고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눈이 쌓여갔다. 전국 최고의 제설 시스템과 매뉴얼을 갖춘 강릉도 어쩔 도리가 없을 정도의 적설량이었다. 나도, 신랑도 생애 그렇게 많은 눈을 본 적이 없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신랑은 끝없이 내리는 눈을 정말 신기해했고 출퇴근길이 불편했음에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겨울의 낭만을 온전히 즐겼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눈썰매에 태워 온 동네를 활보했고 안전하게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 경사진 곳을 찾아서 무제한 눈썰매를 타게 했다. 아이들의 손과 발이 꽁꽁 얼 만큼 실컷 놀고 집으로 돌아오면 따뜻한 물로 샤워를 시키고 코코아를 준비해 준다. 집에서 머무는 동안 언제나 안온하고 따뜻한 기억만을 안겨주고 싶다. 삶을 살아가다가 때론 춥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게 될텐데 그때마다 따뜻하고 달콤한 추억 한 조각이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다. 아쉽게도 몇 년째 눈이 너무 귀해졌다. 큰 피해를 입히지 않는 한 겨울눈은 언제나 낭만적이다. 


난방시설이 변변치 않은 뉴질랜드에는 벽난로가 있는 집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초대를 받아 방문했던 지인의 집에 벽난로가 있었는데 그 벽난로 하나로 집안 전체에 주는 훈훈함과 따스함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그때부터 벽난로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하지만 현실 속 우리 집은 아파트. 벽난로 설치 대신에 공간의 제약이 없는 등유 난로를 구매했다. 겨우내 난로를 켜고 그 위에 고구마를 구워 먹기도 하고 주전자를 올려 따뜻한 차를 끓여마시기도 한다. 난로의 불빛과 온기가 집안을 훈훈하게 데워주면 험한 추위도 두렵지 않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로 빙상경기가 열렸던 강릉도 올림픽 분위기에 흠뻑 빠져 있었던 시간이었다. 우리 집이 선수촌 아파트에 인접해 있어서 마트에 가면 외국인들이 더 많아서 우리가 외국에 방문하고 있는 듯 착각이 일곤 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이 치러지는 동안 지인의 부탁으로 강릉의 한 호텔에서 외국인 손님들을 응대하는 일을 했었다. 호텔 스파 파트에서 직원들의 영어 교육, 예약, 상담 및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다. 미국 NBC 방송국의 임직원분들과 미국의 간판 앵커들, 전직 유명 선수들을 직접 응대했었던 경험은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대학에서 호텔경영을 공부했던 경험도 뉴질랜드에서 향기 치료(아로마세러피)를 공부했던 경험 모두 녹여냈던 한 달은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었던 시간으로 여전히 기억되고 있고 짧은 시간 함께 일했던 인연은 아직도 감사하게 그 끈을 이어가고 있다. 만남은 언제나 큰 선물이다.  


한 번씩 내리는 폭설로 강릉은 겨울에 매우 추운 곳이라는 편견을 가진 분들이 많다. 하지만 매섭게 부는 칼바람만 없다면 강릉의 겨울은 맑은 날이 많고 주요 도시보다 기온도 높은 편이다. 드디어 긴 겨울이 가고 봄이 왔구나 싶을 때, 방심하고 겨울 파카를 세탁해 옷장에 넣고 나서 강릉에는 함박눈이 내린다. 3월에도, 4월에 눈이 펑펑내리더라도 절대 놀라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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