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라이프, 선물 같은 삶
2014년 겨울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몇십 년 만의 폭설이라고 했다. 눈이 몇 날 며칠에 걸쳐 쉼 없이 펑펑 쏟아져 내렸고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쌓였다. 전국 최고의 제설 시스템과 매뉴얼을 갖춘 강릉도 어쩔 도리가 없을 정도의 적설량이었다. 나도, 신랑도 생애 그렇게 많은 눈을 본 적이 없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신랑은 끝없이 펑펑 내리는 눈을 정말 신기해했고 출퇴근길이 불편했음에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겨울의 낭만을 온전히 즐겼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눈썰매에 태워 온 동네를 활보했고 안전하게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 경사진 곳을 찾아서 무제한 눈썰매를 타게 했다. 아이들의 손과 발이 꽁꽁 얼만큼 실컷 놀고 집에 오면 따뜻한 샤워를 시키고 언제나 핫 초콜릿을 준비해 준다. 겨울, 추운 날씨지만 따뜻한 기억을 선물해 주고 싶다. 삶을 살아가다가 춥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게 될 때 따뜻하고 달콤한 추억 한 조각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다.
아쉽게도 몇 년째 겨울눈이 너무 귀해졌다. 큰 피해를 입히지 않는 한 겨울눈은 언제나 낭만적이다.
난방시설이 변변치 않은 뉴질랜드에는 벽난로가 있는 집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초대를 받아 방문했던 지인의 집에 벽난로가 있었는데 그 벽난로 하나로 집안 전체에 주는 훈훈함과 따스함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그때부터 벽난로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하지만 현실 속 우리 집은 아파트. 벽난로 설치 대신에 공간의 제약이 없는 등유 난로를 구매했다. 겨우내 난로를 켜고 그 위에 고구마를 구워 먹기도 하고 주전자를 올려 따뜻한 차도 끓인다. 난로의 불빛과 온기가 집안을 훈훈하게 데워주면 험한 추위도 무섭지 않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로 빙상경기가 열렸던 강릉도 올림픽 분위기에 흠뻑 빠져 있었던 시간이었다. 우리 집이 선수촌 아파트에 인접해 있어서 마트에 가면 외국인들이 더 많아서 우리가 외국에 방문하고 있는 듯 착각이 일곤 했다.
올림픽이 치러지는 동안 지인의 부탁으로 강릉의 한 호텔에서 외국인 손님들을 응대하는 일을 했었다. 호텔 스파 파트에서 직원들의 영어 교육, 예약, 상담 및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다. 미국 NBC 방송국의 임직원분들과 미국의 간판 앵커들, 전직 유명 선수들을 직접 응대했었던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었다. 대학에서 호텔경영을 공부했던 경험도 뉴질랜드에서 향기 치료(아로마세러피)를 공부했던 경험 모두 녹여냈던 한 달은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었던 시간이다. 짧은 시간 함께 일했던 인연은 아직도 감사하게 그 끈을 이어가고 있고. 만남은 언제나 큰 선물이다.
겨울딸기
오래전에 딸기는 봄에만 접할 수 있는 과일이었는데 요즘은 하우스 재배 덕분에 오히려 겨울딸기의 당도가 더 높다. 딸기처럼 여린 과일은 하루 이틀 사이에 물러지기 일쑤지만 지역에서 재배한 딸기는 싱싱함 그 자체여서 먹을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다. 강릉에도 규모가 제법 큰 딸기 재배지가 여럿 있는데 직접 방문해서 딸기를 구입하면 맛보기 딸기를 많이 챙겨 주셔서 입도 행복하고 마음도 행복해진다. 겨울 하면 늘 귤이 떠올랐는데 이제는 딸기가 떠오를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