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라이프, 선물 같은 삶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가을은 두 번째 봄이다.
-알베르 카뮈-
단풍이 아름답기로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노추산 모정탑길'
강릉에 약 10년 동안 살면서 올 가을 처음으로 그곳에 다녀왔다.
거리는 멀지 않았지만 꼬불꼬불한 도로를 약 40분가량 달려야 닿을 수 있는 노추산.
시월의 끝자락, 이번이 아니면 또 그다음 해를 기약해야 할 것 같아서 살짝 갈등하는 마음을 뒤로하고
내비게이션을 켜고 차에 올랐다.
강릉은 차로 십여 분만 달리면 정말 한적한 시골 풍경을 마주 할 수 있어서 잠깐의 드라이브지만 멀리 여행을 떠나 온 것 같은 착각이 종종 들곤 한다. 노추산으로 향하는 길이 그랬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러 우리를 둘러싼 온 산이 울긋불긋 가을로 곱게 물들어 있었는데 차 안에서 '예쁘다' '멋지다'를 족히 스무 번은 읊조린 거 같다. 인생의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도 이렇게 즐겁고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추산 모정탑길'
집안에 우환이 많았던 차옥순 어머니는 어느 날 꿈속에 산신령이 나타나 돌탑 3000개를 쌓으면 집안의 우환이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간절한 마음으로 26년간 한결같이 이곳 노추산에 거주하며 돌탑을 쌓다가 2011년에 6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내 나이쯤부터 산속에 들어가 돌탑을 쌓으셨다는 말인데 도저히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
그 긴 시간 동안 탑을 쌓으면서 그녀의 삶의 무게는 한결 가벼워졌을까?
노추산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약 5km를 가야 했지만 다시 하강해야 하는 시간과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까지 계산하니 무리가 있어서 한 시간 가량 숲길을 천천히 산책하는 기분으로 거닐었다.
가을이 깔아 놓은 폭신한 양탄자 위를 걷는 느낌도, 살짝 차가운 공기도, 은은한 소나무 향기도 이 계절이 내어주는 선물 같아서 행복한 기분이었다. 다시 오지 않을 2020년도의 가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