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라이프, 선물 같은 삶
계절과 날씨에 따라 변하는 바다의 빛깔은 우리네 감정과 표정을 닮은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부터는 어둡고 우울한 모습의 바다도 성난 바다의 모습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기게 되더라.
양가 부모님 댁이 각각 인천과 부산이어서 종종 역귀성을 하는 일이 있는데 반대편 도로가 꽉 막혀 있는 광경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일상에서 벗어나 쉼을 위해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이겠지만 길에서 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인파가 몰리는 핫한 식당과 카페에 긴 줄을 서 있는 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과연 그들은 온전한 쉼을 얻고 일상으로 돌아갔을까?
식구들의 건강을 챙기는 주부이다 보니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에 대한 관심은 농산물 재배방식과 더불어 자연환경, 기후, 나아가 쓰레기 문제에 대한 연결로 자연스레 이어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강릉시 자원순환 활동가를 위한 교육과정이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어 참여하게 되었고 쓰레기 문제의 폐해가 얼마나 우리 생활 깊숙이 다가와 있는지 알게 되었다. 문제에 대한 원인 그리고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는 끝이 없겠지만 결국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데 있었다.
교육과정 중 바다를 보호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오션 카인드’ 김용규 대표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육지에서 멀찌감치 바라본 바다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지만 가까이에서 바라본 바다는 쓰레기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었다. 특히, 관광객들이 해변에서 불꽃놀이를 즐기고 난 후 남겨진 플라스틱 탄피는 정말 끝도 없이 나왔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은 그렇게 바람과 파도에 쓸려 우리가 여러 매체를 통해 익히 들은 그 미세 플라스틱이 되겠지.
바다를 아끼고 지키고픈 마음을 품은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함께 모여 해변의 쓰레기를 줍는 ‘비치 클린업’. 나도 시간과 날씨가 허락하는 한 아이와 함께 동참하고 있다. 버려진 쓰레기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일까 고민한다. 우리 아이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 오래, 충만히 느끼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은 걸음이지만 행동하는 내가 되기로 다짐했다.
해 뜨는 동해에 살아가는 것은 내게 큰 의미를 지닌다. 매일 뜨는 태양이지만 수평선 너머 붉은 해가 드넓은 바다를 물들이며 떠오르는 모습은 볼 때마다 감격스럽다. 대자연 앞에 서면 너무 큰 욕심도 마음의 조급함도 조금은 더 가볍게 내려놓게 된다. 후회스러운 어제를 살았어도 주어진 오늘 하루를 잘 살아가면 된다고 위로해 주는 태양이 고맙다.
태양과 지구의 거리, 약 1억 5천만 km. 태양이 지닌 빛은 인간의 머리로는 가늠할 수 없는 그 거리를 지나 우리에게 닿는다. 그 빛은 온 세상을 비추고 따뜻한 온기로 덮는다. 많은 이들이 새해가 밝으면 새 마음, 새 뜻을 품고 일출을 보러 이곳으로 향하지만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할 수 있음은 분명 축복이다. 이유가 어떠하든 드넓은 바다를 불게 물들이며 해가 떠오르는 장면은 언제 보아도 황홀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