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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텔러 Oct 23. 2020

대나무 꽃이 피었습니다.

강릉 라이프, 선물 같은 삶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강릉 오죽헌에 있는 오죽(까만 대나무)에 60년 혹은 120년에 한 번씩 핀다는 대나무 꽃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대나무에 꽃이 핀다고?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직접 본 적도 없었던지라 그 모습이 궁금했다. 일생에 한번 볼까 말까 한 꽃이라 하니 더 궁금해졌다.


가을 햇살이 유난히 반짝이던 10월의 어느 주말, 온 가족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죽헌으로 향했다. 호기심을 자극한 대나무 꽃을 보기 위해. 날씨가 좋은 요즘은 웬만한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움직이려 노력한다. 강릉의 대표적인 관광명소 오죽헌은 집에서 자전거로 약 15분만 달리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고 일요일을 포함한 법정 공휴일엔 강릉 시민에게 무료입장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부담 없이 가족 나들이를 즐기기에도 좋은 장소다.


도대체 어디에 대나무 꽃이 있을까 한참을 찾다가 사람들이 운집한 그곳에 역시나 화제의 주인공을 만났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 찾기와 비슷한 이치다.)


대나무 꽃. 그냥 보았으면 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대나무 꽃. 내가 익히 보았고 알던 꽃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적게는 60년, 길게는 120년쯤 사는 대나무의 꽃을 보는 건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더 귀하고 특별하게 여기고 바라보게 되나 보다. 


대나무 꽃이 이렇게 생겼구나.... 조금 실망(?)을 하면서 사진으로 그 모습을 남기고 오죽헌을 나오려던 찰나 오죽에 관한 글이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대나무의 수명은 보통 60~120년이고
꽃을 피우면 죽는다.



내가 방금 신기하게 바라보고 나온 그 대나무는 이제 죽음을 코 앞에 두고 있었던 것.  반갑고 신기한 마음으로만 바라보았던 나의 시선에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쉽게 볼 수 없는 꽃이라며 좋은 기운을 받아 가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는데 나무는 있는 힘을 다해 마지막 꽃을 피워내고 있었던 것이다. 


대나무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쓸쓸해졌다. 그러면서도 지조와 한결같음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대나무의 마지막은 꽃을 피워냄이라니...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돌아와서 대나무에 관한 검색을 해 보니 대나무는 꽃을 피우고 죽지만 그 자리에서 다시 새순이 올라와 성장을 시작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대나무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이었다. 


대나무 꽃, 

상상했던 아름다움은 아니었지만

안겨 준 여운은 꽤 오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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