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라이프, 선물 같은 삶
일상 속에서 꽃이 주는 행복감은 쾌 크다. 나이가 들면 꽃이 좋아진다는 말도 있지만 내 경우엔 꽤 어렸을 때부터 꽃을 좋아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생일을 맞은 내게 친구들이 두 팔로 안기도 힘겨울 정도의 안개꽃을 선물한 적이 있는데 꽃을 시들고 없지만 그때 그 기억, 추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뉴질랜드에서 가깝게 지냈던 지인 중 한 분은 꽃꽂이를 업으로 하셨던 교민이셨는데 이민을 오시기 전, 한국에서 전국 꽃꽂이 협회장까지 맡아 지내셨다고 하셨다. 지인 댁에는 예쁜 꽃이 꽂혀 있는 화병이 집안 곳곳에 놓여 있었고 도맡아 하셨던 교회 화훼 장식은 늘 아름다웠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그곳에서 꽃을 공부해 볼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우리 부부가 신혼시절을 보냈던 뉴질랜드의 남섬,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는 정원의 도시(A City of Garden)라 불리는 곳인데 그 이름에 걸맞게 도시 곳곳의 공원뿐 아니라 시민들의 집 정원에서도 갖가지 꽃들을 감상할 수 있는 작지만 멋진 도시다. 그 당시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볼 수 없었지만 뉴질랜드 마트에서는 식재료를 담듯 꽃을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었다. 특별한 날에만 꽃을 사고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에서 꽃을 즐기는 그들의 문화가 무척 부러웠다.
하지만 이제 부러워했던 그들의 문화를 더 이상 부러워할 필요가 없는 강릉에 살고 있다. 이곳엔 원예농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계신 덕분에 농협(원예) 하나로 마트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로컬에서 재배된 꽃을 구매할 수 있다. 다양한 종류와 세련된 포장은 없지만 일상 속 꽃이 주는 행복감을 누리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로컬의 꽃을 구매해서 좋고, 합리적인 가격이라 좋다. 카페에서 지불하는 커피 한 잔 값이면 내 공간에서 일주일이 행복해지기에 마트에 가면 늘 장바구니에 꽃을 담게 된다. 참 근사한 도시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