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쌤~! 그립습니다. 우리 또 만나요!
그녀가 돌아왔다. 뺑뺑이 돌리는 그녀. “접영은 배우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알려주세요.” 했던 나에게 위아래로 쓱 한번 훑어보더니 “출수 킥이 안 되네요. 입수 킥만 차세요” 하던 그녀. 접영을 가르쳐 달라는 수강생에게 시범은커녕 무안을 줬던 그녀다.
합리적인 강습비로 고효율을 바라는 건 욕심
그녀의 강습을 더 이상 추가 등록하지 않았다. 수학 단과반 마냥 강사를 선택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수영 가능한 시간대와 수영 실력에 맞춰 등록할 뿐이다. 강사의 지도력은 강습 선택 기준에서 제외된다. 고로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건 순전히 행운이다. 공공시설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은 참으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민들의 수영실력을 키워준다. 월수금 강습은 5만 원, 화목 강습은 4만 원. 게다가 나는 아이 둘로 다자녀 20% 할인까지 해줘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강습을 받아도 단돈 7만 2천 원이면 된다. 저비용인데 고효율을 내려면 개인강습을 받아야지. 좋은 선생님을 바라는 건 욕심이다.
좋든 안 좋든 다양한 선생님들이 시간을 타고 간다
햇수로 3년 차에 접어들며 매주 2명의 선생님을 만난다. 코로나 직후 운영이 불안정할 땐 수영 선생님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여러 선생님을 경험해 봤다. 수영 입문자가 있듯 사회 초년생 선생님도 있고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수강생이 있듯 동작 하나를 가르쳐도 꼼꼼히 알려주시는 선생님이 있다. 타고나길 운동 신경이 없는 수강생이 있는가 하면 본인은 잘해도 가르치는 건 영 젬병인 선생님이 있다. 음이 있으면 양이 있고 양이 있으면 음이 있듯 수영 수강생도 수영 선생님도 사이클이 돌 듯 음과 양의 조화다. 입수킥만 하라던 그녀는 음이었다.
그래, 평일 매일 할 수 있는 성인 강습이 단돈 7만 2천 원인데 선생님 운빨이야 접어두고 가자. 지금 안 맞으면 언젠가 또 다른 강사님이 오시겠지. 그냥 지나가리. 회사 근무명령 마냥 자리는 로테이션되니 말이다. 내가 잠시 수영을 쉬든 그녀가 다른 반으로 가든 길어야 수개월이다. 그렇게 난 그녀와 이별했고 수영과도 잠시 이별했다.
마리아~ 마리아마리아~! 그녀의 이름은 성스러운 이름, 마리아!
수영과의 짧은 이별 끝에 다시 수영과 재회했다. 그리고 내 생애 최고의 선생님을 만났다. 그녀의 이름은 성경에도 나와있는 자애로운 이름. 마리아~ 마리아마리아~. 다수의 수강생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레슨 마냥 한 사람 한 사람의 동작을 봐주시고 코치해 주셨던 마리아 선생님. “선생님, 제 접영은 왜 이 모양일까요?”, “회원님, 출수킥을 할 때 너무 일찍 무릎을 접고 있어요.” 한마디로 물속에서 S자인데 어떻게 추진력 있게 나길 수 있겠는가, S자로 저항이란 저항은 다 받고 있었다. “다리를 쭉 펴주고 팔동작 하세요. 그리고 머리가 먼저 들어간 다음 팔동작입니다” 물 위로 올라가 내가 수영하는 방향으로 따라오시면서 내 동작을 꼼꼼히 살피시곤 수정해야 할 동작들을 말씀해 주신다. 매번 잘못된 동작으로 힘겹게 하던 동작을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대로 신경 써서 해보니 잘 하진 못해도 동작이 조금은 수월해진다. “물 잡기를 할 땐 손끝이 바닥 쪽으로! 다시 한번 갈게요!” 그녀가 돌리는 뺑뺑이는 감사하게도 수영실력과 직결된다. 숨만 차오르는 마구잡이식 돌리기가 아니다. 그립군요 마리아 쌤. 알고 보니 그녀는 고3 수험생 학부모였다. 아들 대학은 보내야 하지 않겠냐며 그만두셨는데 ‘대학은 아들이 가는데 어머니께서 왜 강습을 그만두시나요?!’와 같은 내 식대로의 반문은 집어삼켰다. 수영 실력과 몸 상태가 제각각 이듯 집안 사정이야 구구절절 이야기 하지 않아도 모양새가 다르니 내식대로의 생각은 접어야지. 암. 그래야지. 암튼 그립습니다. 마리아 쌤. 두 번이나 외쳐 본다.
그렇다. 양이었던 마리아 선생님은 개인사정으로 그만두시고 친절하지 않은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다행인 건 옆반이다. 그래, 나와 궁합이 안 맞아서 그랬을 거야. 다른 분들과는 잘 맞겠지. 그나저나 새로 오신 우리 반 선생님은 어쩌나.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딛는 사회초년생이다. 강습을 하셔야 하는데 영법만 외치곤 “다녀오세요” 한다. 자유형 4바퀴로 웜업 하고는 접배평자만 외친다. ‘그래, 영법 스킬은 안 늘어도 지구력은 늘겠다. 숨이 차도록 돌다 보면 심폐능력도 향상되겠지. 이 또한 지나가리.’
오늘도 숨이 차도록 접배평자를 하러 수영가방을 챙겨든다.
#수영 #수영_선생님 #수영_쌤 #수영쌤은_천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