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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으로부터의 해방 1

추억은 쌓지만 물건은 쌓지 말자

by 사이 Feb 11. 2025

시작은 언제나 티끌만 한 것에서 시작한다. 아들 방에 굴러 다니는 자잘한 레고를 밟고 간밤에 화가 촉발됐다. 아들 방을 둘러보니 책상에 레고며 퍼즐이며 온갖 잡동사니들로 가득하다. 물론 아들 입장에서는 잡동사니가 아닌 소중한 애착 물건들이지만 정리정돈이 안 되어 난장판이다.

 


언제나 시작은 티끌이라지만


정리정돈은 욕을 한 바가지 담고 시작된다. 연필은 2~3 자루면 충분한데 새것까지 다 꺼내서 뭐 하러 책상에 굴러다니게 하니, 장난감은 한쪽에 모아놓아야지 이곳저곳에 놓아두면 정리가 안 된다. 벗어 놓은 양말은 빨래 통에 가져다 놓아야지 등등 잔소리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리고 악의 기운은 또 다른 악의 기운을 불러 모아 결국 ‘악!’ 하고 소리 지르게 된다. 그런 와중에 딸아이는 눈치를 보고 자기 방 정리에 여념이 없다. 한 놈을 잡으면 다른 놈은 알아서 하게 된다. 

 


정리정돈은 릴레이로 계속된다.


아들이 정리정돈이 안 되는 건 사실이지만 구조적으로도 쉽지 않다. 아직까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나이인데 놀이와 공부가 구분되어 있지 않아 뒤죽박죽이다. 청소 안 한다고 뭉뚱그려 야단치기 전에 목적에 따라 공간을 분리해 줄 필요가 있었다. 그리하여 시작된 베란다 정리. 아들 방과 연결된 베란다를 정리하고 그곳에 아들 장난감을 비치하기 시작했다. 그곳에 방치되어 있던 시즌 생활용품인 선풍가와 여행 캐리어 등 기타 잡다한 생활용품들을 정리할 건 정리하고 버릴 건 버리면서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도미노처럼 아들 방 베란다를 치우니 딸아이 베란다도 연쇄적으로 정리 정돈해야 한다. 이곳도 버릴 건 버리고 쌓을 건 쌓아 올려 공간을 만든다. 아들 레고에서 시작된 방과 베란다 정리. 저녁 7시에 시작된 집안 정리정돈이 자정을 넘기고서도 마무리가 안 된다. 



추억은 쌓지만 물건은 쌓지 말자


시간이 지날수록 불필요한 물건들이 하나씩 쏟아져 나오고 쓰레기봉투는 차곡차곡 쌓여 간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불만과 불평도 하나씩 쌓여만 간다. 왜 이토록 불필요한 물건들을 꽁꽁 싸서 끼고 살았던 걸까. 몇 년 동안 단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고 심지어 있는지 조차 몰랐던 물건들을 왜 쟁여 놓았던 걸까. 추억이라는 멋진 꼬리표를 달아놓고는 내 공간을 잠식하는 걸 그대로 방치해 놓은 꼴이다. 아이들이 처음 쓰고 그린 종이들, 장난감, 작은 옷들. 종이들은 이미지 파일로 저장해 놓으면 될 것을 좀벌레 서식지로 만들어주었다. 장난감과 작은 옷들은 깨끗이 빨아 필요한 사람이 쓸 수 있도록 나누어 주면 될 일인데 한쪽 구석에 고이 모셔두었다. 아이들과 함께 한 내 삶의 일부이나 지금 내 삶을 잠식해 온다면 좋은 추억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단호하게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일상 #청소 #집안일 #정리정돈 #아이들_장난감 #아이방_정리 

#추억은_쌓지만_물건은_쌓지_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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