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여행 ep.7 삿포로 닛코호텔 대욕장
삿포로 여행 ep.6 JR타워 전망대 T38 + 삿포로 닛코 호텔 에 이은 글입니다.
두 번째 닛코. 이번에는 비싼 닛코를 가운데 두고 앞뒤로 합리적인 가격의 비즈니스호텔을 예약했다. 얼리 체크인, 레이트 체크아웃은 안되더라도 앞뒤로 최대한 좋은 호텔의 좋은 부대시설을 즐겨 보리라 결심한 결과다. 좋은 부대시설은 내게 곧 대욕장이다. 도심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온천수. 이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세신도 해보고 역시나 매력만점 도심 뷰도 함께 즐겨볼 심산이다.
삿포로 중심 공중부양한 닛코 호텔 대욕장
닛코 호텔 대욕장에는 락커룸, 파우더룸, 릴랙스룸, 카페테리어가 한 공간에서 닫히지 않게 물 흐르듯 공존한다. 목욕 전후 긴 호흡으로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여백이 있는 공간들이 함께 있어 목욕을 좋아하는 내게는 이곳이 유토피아다.
목욕 낙원 닛코 호텔 대욕장을 둘러본다. 카운터를 지나 한편에 눈에 띄지 않은 작은 입구로 들어서면 신발장이 보인다. 외부의 흙먼지가 묻은 신발은 이곳에서 벗고 레드카펫 밟듯 반질반질 광택 나는 나무 복도를 지나면 살랑살랑 커튼 뒤 락커가 놓여 있다. 한 꺼풀 한 꺼풀 세상 때를 벗듯 하나씩 옷을 벗고 그곳에 놓인 보드랍고 가벼운 가운을 걸친 채 대욕장으로 향한다. 맨발에 닿은 나무 바닥이 시원하다. 복도 끝, 목욕탕으로 향하는 길. 막다른 곳에 놓인 바구니들. 탕으로 입성하기 전 몸에 걸친 가운과 목욕 후 물기를 닦을 수건을 가지런히 놓고 드디어 입성!
적당한 온도의 깊고 널은 온수탕과 버블탕
하늘을 드린 건식 사우나와 향기로운 습식 사우나
일본 온천장을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목욕에 진심인 일본 목욕탕은 참으로 다채롭다. 깊이와 형태를 달리하며 제각각 새로운 맛을 선사한다. 전체적으로 물결치듯 곡선으로 이루어진 탕 인테리어. 가장 크고 깊은 탕은 1.2m나 된다. 손잡이를 잡고 탕으로 들어서니 예사롭지 않은 깊이에 당혹스럽지만 아이처럼 팔을 지지하고 대롱대롱 매달려 물속에서 발을 휘저으니 재미난 놀이다. 깊은 탕은 배려 깊게도 앉을 수 있도록 물속에 턱도 만들어 놓아 섰다 앉았다 물의 무게를 온몸으로 다양하게 느낄 수 있다. 한참을 놀다 그 옆 이웃탕으로 옮긴다. 흔히 한국에서 보던 탕이다. 무릎 꿇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얕은 탕. 그러나 얕다고 얕게 볼 수 없다. 물 온도가 내게 너무 뜨거웠다. 옆에 놓인 바가지로 발을 씻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반갑다 탕아! 하고 서둘러 들어갔다 냉큼 나와 버리고 다시 들어갈 수 없었던 탕이다. 놀란 가슴 안고 코앞에 놓인 뽀글이 탕으로 간다. 이곳은 앞선 탕과 달리 미지근한 데다 뽀글뽀글 거품이 나와 맨살에 버블맛을 볼 수 있는 곳. 게다가 2~3명 앉아있으면 꽉 찰 정도라 프라이빗한 개인탕 같아 대욕장에 사람이 없으면 오래도록 들어앉아 있기 딱인 곳이다. 뜨거운 앞탕에 덴 가슴 이곳에서 진정하고 이어 스팀 사우나로 간다. 보통 습도가 높은 사우나는 가슴이 답답해서 오래 못 있는데 이곳은 고온이 아닌 데다 향이 상큼해 긴 시간 머무르며 깊은 숨을 쉴 수 있다. 달을 걸쳐가면 서로 다른 향을 맞이한다. 2월 막날 민트향, 3월 첫날은 오렌지향! 이곳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 옆방 건식 사우나도 예술이다. 삿포로의 하늘을 드린 창이 있다니! 송골송골 땀만 맺히는 곳이 아니라 맑은 하늘, 붉은 노을, 깜깜한 밤 반짝반짝 야경도 같이 맺히는 곳이다. 내가 좋아하는 목욕을 하며 내가 좋아하는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곳, 꼭꼭 숨겨놓고 나만 보고 싶다.
목욕 후 시원한 우유 한잔 하며 릴랙스
뜨끈하게 즐긴 탕을 뒤로하고 개운하게 나선다. 바구니에 넣어둔 두툼하고 보송한 새하얀 타월로 말끔히 물기를 닦고 차르르 떨어지는 가운을 걸친다. 시원하게 맥주를 넘기고 싶지만 매번 카페테리아가 문을 닫아 이번에도 진한 홋카이도산 우유로 건강하게 목을 축인다. 아! 우유는 무료예요! 2잔 마셔도 돼요! 몸은 개운하고 공복에 즐긴 목욕으로 적당히 가벼워진 몸. 비스듬히 몸을 눕힐 수 있는 휴게의자에 앉아 고요히 그곳에 머문다. 목욕으로 달아올랐던 몸이 서서히 식어가며 차분히 가라앉듯 내 마음도 잔잔히 고요해진다.
관광하느라 이곳저곳 바삐 돌아다니는 여행도 좋지만 이렇게 목욕하며 쉬어 가는 여행을 좋아한다. 자연풍광도 좋고 도심불빛도 좋다. 투명한 창으로 드리는 풍경을 벗 삼아 조용히 명상하며 즐기는 목욕. 목욕도 그냥 목욕이 아니라 삿포로의 노을과 야경을 듬뿍 담은 목욕이다. 좋아하는 걸 이렇게 한꺼번에 몰아쳐하니 행복에 겨워 덩실덩실 춤출 판이다. 이렇게 좋은 건 오래오래 두고 즐겨야겠다. 이곳에 오려면 비행기를 타야 하니 아주 가끔이겠지만 다락방 보물상자 마냥 어쩌다 꺼내 보면 마냥 즐거운 추억거리처럼 오래 두고 꽁냥꽁냥 즐기고 싶다.
도심 속 온천 놀이터, 닛코 호텔 대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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