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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때목욕은 솜사탕맛!

삿포로 여행 ep.8 삿포로 닛코 호텔 대욕장 아카스리(때밀이)

by 사이 Mar 06. 2025

삿포로 여행 ep.7 삿포로 닛코호텔 대욕장 에 이은 글입니다.


따뜻한 물에 몸을 푹 담그고 손가락 끝이 조금씩 쪼글쪼글해질 때쯤 때수건으로 썩썩 묵은 각질을 벗겨내는 때목욕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어딜 가나 호시탐탐 기회를 옆 본다. 찬바람 부는 삿포로 여행에서 흰 눈밭을 걷기보단 뜨끈한 물에 몸 담그고 있는 걸 선택한 날에도 이 목욕탕은 이런 것들이 있구나. 하며 두리번거리다 영어로 스크럽이라고 쓰인 글귀를 보고 일본에서도 한번 해볼까? 시도해 본다.



목욕탕에서는 언제나 무상무념 


예약 시간 1시간 전 목욕탕에 입성한다. 여러 종류의 탕이 있으니 하나하나 몸을 담가 봐야 하고 사우나도 해야 한다. 이곳에는 매달 바뀌는 미스트 스팀 사우나도 있다. 2월에는 민트, 달을 넘겨가니 오렌지다. 체온보다 살짝 높은 39도부터 시작해 42도 뜨끈한 탕으로 몸을 옮기고 얼굴이 달아오를 때쯤 버블탕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렇게 한 바퀴 돌면 생각보다 시간은 더디 가고 따뜻하게 달아오른 몸과 정수리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아무 생각이 없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의자에 잠시 앉아 숨을 고르고 상념 없이 멍하니 앞을 바라본다. 몸의 변화를 느낄 뿐이다. 한숨 고른다. 물을 끼얹고 몸에 얹힌 물방울들을 수건으로 닦아내고 맨들 한 몸으로 이번에는 건식 사우나에 들어간다. 딱 5분. 길게 있다간 어지럽다. 이번에도 멍하다.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뜨거운 열기가 일상의 고민과 생각들을 증발시키는 것 같다. 사우나는 무념무상이다. 열기를 뒤로 하고 사우나 실을 나오니 목욕탕의 후끈함도 상쾌하게 느껴진다.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앉아있으니 때를 밀 시간이다. 드디어 때가 왔다.



일본 때목욕 아카스리 첫경험


귀여운 젊은 친구가 양손에 뽀송한 흰색 타월을 한 아름 안고 들어온다. 내가 사용할 타월인가 보다. 때목욕 침대에 누우니 타월로 내 몸을 가려준다. 매번 때목욕을 위해 천장을 바라보고 눕는 순간 부끄러움이 몰려왔는데 이곳에선 마음이 편안하다. 부드러운 손바닥에 비누를 묻혀 벗겨낼 부위에 콕콕콕 3번 눌러준다. 영역을 표시하는 의식 같다. 이어 살살살 떼를 밀기 시작하는데 깔깔한 떼수건의 거친 면이 부드러운 손길을 따라 내 몸에서 미끄러져 나간다. 허벅지 안쪽 여린 살을 밀 때 살짝 옆으로 돌아 누워주고, 팔 안쪽 살을 밀 때 팔을 들어 틀어줬는데 연신 "아리가또고자이마스" 라고 한다. 다년간 한국 이모들에게서 학습된 때목욕 자세가 자연스레 나오니 이 친구가 때를 미는데 편한가 보다. 멜로디처럼 "아리가또~ 아리가또~"를 들으며 눈을 지그시 감는다. 똑똑똑 떨어지는 물소리와 온탕에 사람들이 들고나는 출렁이는 너울소리가 탕 안에 울리니 빗물 떨어지는 숲과 잔잔한 파도가 치는 바다가 내 곁에 있는 것 같다. 편안한 몸과 기분 좋은 감정은 불편한 기억과 생각을 지워준다. 오롯이 지금 촉감으로 느껴지는 따뜻한 물과 부드러운 타월, 조금은 거친 때타월만 있을 뿐이다. 생각을 해보려 해도 아무 생각이 안 난다. 지극히 감각적인 자극만 남아있다. 세신사 언니의 손길이 부드럽다. 비누 발림 향이 은은하다. 규칙적으로 들리는 물방울 소리가 자장가 같다. 출렁이는 물과 울림소리가 살며시 잠든 나를 두드린다. 어쩜 이리도 마음이 평온할까. 매사 이렇게 흔들림 없이 평온한 마음으로 일상을 나고 싶다.  



일본 때목욕은 보드라운 솜사탕맛

내가 경험한 일본의 때목욕 아카스리는 솜사탕맛이다. 사용되는 부드러운 수건과 향긋한 비누향, 세신사 언니의 조심스러운 손길, 탕 안에서 울리는 물소리까지 조용하고 사려 깊어 단꿈을 꾼 듯하다. 다만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시원한 매운맛은 없다. 떼를 밀다가 만 듯한 기분이랄까?! 빨간 언더웨어를 걸친 한국 이모님들의 거센 매운 손길이 한편으로 당기는 맛이다. 나의 첫 아카스리는 때목욕이라기 보단 아로마 마사지에 가까웠다. 사분사분 이 꽃 저 꽃을 날아다니는 나비의 몸짓이었다. 다음에 다시 한다면 먼저 한국 때목욕을 하고 나서 받고 싶다. 


목욕 후 릴렉스 룸에서 삿포로 도심의 노을과 야경을 담다  




도심 속 온천 놀이터, 닛코 호텔 대욕장

https://maps.app.goo.gl/avNkU8oNcKoMMvZ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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