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 Nov 04. 2024

[구로가와] 온천 도장 꾹! 꾹!

드디어 한다! 온센 호핑 패스(onsen hopping pass)

일전에 구마모토-아소-구로가와를 한대 묶은 일일투어를 했는데 ‘구로가와’가 특히나 인상 깊어 다시 찾게 되었다. 산속 깊은 곳, 작은 계곡물길을 따라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산골짜기 마을에 온천을 찾아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온천마을 가까이 관광버스가 주차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동네. 마을 출입구 역시 산길 비탈진 계단이다. 그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 이세계(異世界)로 빨려 들어간다. 이곳을 버스 타고 혼자 떠나 본다. 

 


첩첩산중 구로가와 비집고 들어가기


산중에 콕 박힌 시골마을이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아서 그런지 버스만 타면 쉽게 당도할 수 있다. 다만 구로가와행이던 하카타행이던 버스가 하루에 3대밖에 운행이 안 되고 그중 2대는 오전에 출발하기 때문에 참고해서 일정을 짜야한다. 버스는 편도 2시간 30분을 내달려 구로가와로 향한다. 고속도로를 지나 시골마을 작은 터미널을 몇 번 정차하고 본격적으로 산길을 올라탄다. 아뿔싸!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아찔한 풍경! 시선을 멀리 두면 나무가 빼곡한 푸른 산의 청아함을 느낄 수 있지만 눈을 아래로 살짝 내리면 벼랑 끝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길을 버스가 내달리고 있다. 소렌토에서 포시타노로 갈 때 탔던 버스가 생각났다. 절벽 위를 맹렬히 내달리는 버스. 게다가 산길이라 회전을 한다. 오금이 저린다. 당시 왕복티켓이 있음에도 무서워 돈을 추가로 내고 페리를 탔던 기억이 난다. 10여 년 만에 다시 하늘을 나는 버스를 탔다. 한동안 버스는 산길을 빙글빙글 외줄 타기 하듯 달린다. 꼼짝없이 눈을 위로 치켜뜨곤 얼음하고 30여분을 앉아있으니 구로가와 마을에 드디어 도착했다. 

첩첩산중 콕 박혀 있는 구로가와, 실개천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있는 온천장들


당일투어로 다녀와 못내 아쉬웠던 구로가와 온천을 1박하며 즐기기, 비용이 합리적인 산큐패스(左) / 구로가와 동네 맛집 (右)



온센 호핑 패스로 즐긴 구로가와 온천투어


하카타에서 이른 시간에 출발해 정오쯤 도착하니 체크인 시간까지 서너 시간이 남았다. 예약한 료칸 말고 다른 온천장의 당일온천을 즐겨도 충분한 시간이다. 이곳만의 온천투어 온센호핑패스(onsen hopping pass), 일명 온천 마패를 샀다. 1,600엔을 주고 구매해 '온천만 3번' 또는 '온천 2번 + 기념품 1개'를 얻을 수 있는 패스다. 서로 근거리에 있으며 한국사람들이 많이 찾는 3곳을 정했다. 와카바 / 이코이 / 후모토. 물론 이곳 모두 패스가 없어도 당일 입욕료만 내고 이용할 수도 있다. 

온천 마패에 온천장 기념 도장 꾹꾹 찍기



<료칸 와카바>는 당일 휴일인데 혼자 문밖에서 서성이는 나를 보더니 “손님 혼자면 괜찮아~” 하시곤 잠긴 문과 꺼진 불을 켜시고 나를 반겨주셨다. 이곳에서 기념품 수건을 받고 스티커 3장 중 입욕 스티커 1장과 기념품 스티커 1장 총 2장을 사용했다. 수건 앞면은 보드라운 촉감에 료칸의 이름이 자주색으로 수놓아져 있고 뒷면은 물이 잘 흡수되도록 빳빳한 수건 면으로 되어있다. 이 기념품을 받으려고 사실 이곳에 방문했다 문이 잠겨 있어 아쉽게 돌아섰는데 운 좋게 기념품도 얻고 목욕도 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쉬는 날의 목욕탕은 곳곳이 어두컴컴하다. 대욕장으로 향하는 계단불도 내가 켜고 혼자 들어가 간단히 씻고 노천탕에 몸을 담가본다. 따끈하니 좋다. ‘그래, 이 맛이다!’ 노천탕 너머로 보이는 초록잎, 신선한 공기, 따뜻한 물. 삼박자가 딱딱 맞아 들어간다. ‘좋네~ 좋아, 이 맛에 오지!’ 전세탕에 혼자 흥얼거리며 오랜 시간 있을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물이 뜨거워 긴 시간 있지 못한다. 대략 30분 남짓. 온천물을 말리고 바로 옆집 이코이로 향한다. 

초록 이끼와 녹음이 드리워진 료칸 와카바 입구
실내탕을 지나 액자에 걸린 듯한 야외 노천탕을 즐길 수 있는 료칸 와카바



<료칸 이코이>는 구로가와 당일온천 키워드로 가장 많이 검색된다. 주황광 조명아래 놓인 예쁜 여자 얼굴 그림, 초록 잎을 배경으로 한 빨간색 그늘막과 의자, 둘러앉을 수 있는 화로가 놓여 있어서 지나가다 쉬어가기 좋고 사진 찍기에도 적당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온천수로 삶은 달걀과 사이다를 기념품으로 얻을 수 있어 많이들 찾곤 한다. 사람으로 늘 분비는 곳인데 비수기 평일이라 그런지 한산하다. 온천탕은 크게 기대하지 않고 들어갔는데 역시나 구로가와 답게 온천물이 좋다. 특히 기다란 대나무 2개가 온천물 수면에 길게 늘어뜨려져 있어서 가슴팍까지 오는 깊은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양 어깨를 대나무에 걸치면 그네 타듯이 흐느적거리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어 이색적이다. 이렇게 온천 그네를 몇 번 타고 또다시 옷을 주섬주섬 입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어여쁜 여인상이 맞이하는 료칸 이코이
대롱대롱 대나무 그네 탕(左) 아무도 없을때 찰칵! / 온천 후 쿠마몬 사이다로 갈증 해소(中) / 온천물로 삶은 달걀(右)



<료칸 후모토> 와카바에서 스티커 2장과 이코이에서 1장을 써 온센호핑패스는 모두 써버렸다. 지난번 일일투어 때 갔던 산속 언덕배기에 있는 노천탕이 좋아 다시 찾은 후모토. 당일 입욕료 500엔을 내고 후모토에 입장했다. 짧지만 제법 굴곡이 있는 구름다리를 지나 기어가듯 좁은 나무계단을 올라 노천탕에 당도했다. 야외 노천탕 옆에 샤워기 2개와 작은 목욕 의자, 입욕용품들이 놓여 있어 처음 왔을 때 당황했지만 노천탕 안에 앉아서 보는 숲 뷰가 모든 걸 압도한다. 오늘은 구로가와에서 한밤 자기로 했으니 느긋하게 즐기리라. 그러나 온천탕에 발을 들이는 순간 물이 너무 뜨거워서 도저히 있을 수가 없었다. 함께 입장한 일본 아주머니도 너무 뜨거워서 할 수 없다며 나오신다. ‘일부러 찾아왔는데...’ 카운터로 다시 가 물이 너무 뜨거워 이용하기 어렵다고 하니 물을 확인하러 함께 가잖다. 언덕배기처럼 드높게 느껴지는 구름다리를 다시 지나 또다시 나무계단을 딛고 올라 탕에 당도했다. 직원이 물을 여러 차례 휘졌더니 확인해 보란다. “흠.. 그래도 뜨거운데. 난 못 하겠어.” 가려고 하는 나를 붙들고 프라이빗탕을 안내해 준다. 투숙객들만 이용하는 탕을 내어주어 이용하긴 했지만 룸 형태다. 아쉽다. 숲 뷰. 온천은 물만 즐기는 것이 아닌데, 탁 트인 공간과 공기, 내 눈에 담고 싶은 자연인데 이곳은 물만 좋다. 같은 공간이지만 매번 좋을 수는 없는 듯하다. 감정이 변하는 사람처럼. 

다시 찾은 료칸 후모토 야외 노천탕


구름다리(左) 위에서 볼 수 있는 온천수가 흐르는 개천(中) / 노천탕이 너무 뜨거워 안내받은 가족탕(右)


몇 시간 만에 료칸 와카바 / 이코이 / 후모토를 찍고 찍어 스탬프를 3개 받았다. 옷을 입었다 벗었다 3번을 했고 몸과 머리카락을 적셨다, 말렸다 3번 했다. 번거롭기도 하지만 료칸마다 특색 있게 꾸려놓은 노천탕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어떤 멋과 맛이 있는지 직접 체험해 보고 싶다. 내 온천 마패에는 투숙한 온천장의 스탬프까지 총 4개가 찍혀 있다. 아직 여백이 많이 남아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마패를 빼곡히 찍어보고 싶다. 뒷면까지 꾹! 꾹!




료칸 휴일, 오가는 사람없이 혼자 즐긴 와카바 노천탕

https://maps.app.goo.gl/snfGWmfWmVgtMV9c7


대롱대롱 대나무 그네가 좋았던 이코이 료칸

https://maps.app.goo.gl/hDSS24vH9x2wARh57


전에는 좋았고 이번에는 너무 뜨거웠던 노천탕 후모토

https://maps.app.goo.gl/QGo91uYnaoc3VE6t6


#퇴사 #혼자여행 #혼여 #아줌마_여행 #여자_혼자_여행  #엄마_혼자_여행 #후쿠오카 #하카타 #하카타_근교 #하카타역_버스 #구로가와_온천 #구로가와_당일온천 #구로가와_마패 #구로가와_료칸 #구로가와_노천탕 #와카바 #이코이 #후모토 

이전 18화 [사가] 벚꽃 잔치 한 상 차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