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직장생활을 했을 때는 글을 쓰고 뭔가 자유로워 보이는(?) 이런 삶을 동경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취미도 일이 되면 진절머리가 난다는 말처럼 나 역시도 글태기가 온 것 같다.
생각보다 쉽게 글이 써지지 않을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안 쓸 때도 꽤 있었다.
아무래도 대중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글이나 책을 써야 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SNS에서는 유명작가 혹은 수상경력이 있는 작가의 코칭을 받으면서 책을 낼 수 있다는 패키지 광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 광고를 볼 때마다 "애초에 전업작가를 한다는 생각이 무리인가?" 싶으면서도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제대로 방향성을 잡고 글을 쓰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 때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에는 또 다른 미디어에 도전해보고 있는 상황이라서, 글만 써야 하는 것인지 이렇게 잡다하게 문어발(?) 식으로 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고, 첫 책이 나오고, 힘들지만 꾸준하게 글을 써왔는데..
이상하게 요즘 그냥 글이 쓰기가 싫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글을 쓰기 위해 매일 달리기를 하면서 글을 쓸 체력을 기른다는데..
그렇다고 제대로 운동하면서 글 쓰는 것도 아닌 나는 왜 글이 쓰기 싫은 것인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예술가라고 하기는 거창하지만, 나름 나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이렇게 쓴다고 누가 알아주나?" 싶기도 한다.
혹자는 대중이 원하는 글을 쓸 줄 알아야 진정한 프로 작가라고 이야기한다.
요즘 같은 뉴미디어 시대는 뛰어난 필력, 대중(수요자)의 심리를 꿰뚫는 안목 거기에다 마케팅 능력까지 겸비해야 진정한 프로작가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개인역량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엄밀히 말하면 이러한 내 역량을 확인했기 때문에 글이 쓰기 싫어진 것은 아닌가 싶다.
더 잘하고 싶은데, 실제 개인역량과 원하는 이상 간의 괴리감이 크다고 생각하니 글태기가 와버린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계속 쓰면서 업으로 이어가려는 이유는 글을 쓸 때 몰입이 되고, 생각이 정리되면서, 나만의 무언가를 발견할 때의 바로 그 희열, 때문이다.
<로마인 이야기>라는 대작을 집필한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이러한 작품을 집필하기까지는 2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사실 그에 비하면 고작 몇 년 정도, 그것도 거의 취미 수준(?)으로 하고 있는 내가 이러한 엄살을 부려도 되나 싶다.
언젠가는 나만의 글을 흔들림 없게 쓸 수 있는 그날을 기약하며, 글태기 극복을 위해서 몇 자 혹은 몇 줄이라도 규칙적으로 써 보려고 노력해야겠다.
한 걸음, 한 걸음 가다 보면 어느 시점에 걸어온 길을 뒤돌아 봤을 때, 나만의 길이 만들어져 있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