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만에 글을 쓴다.
아프기도 했고 피곤하기도 했고 자체 휴가기도 했다.
일주일에 연재가 한 번이니 미리 여유로울 때 써놓고 금요일에 업로드만 하면 되는데
묘한 고집으로 왠지 글은 연재일인 금요일에 써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프리랜서와 관련된 마지막 연재글이 3주나 늦어지게 되었다.
(기다리신 분들이 없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죄송합니다....)
이 글의 원제는 '그래서 내년엔 뭘 할까요?'였다.
2023년 말에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면서 목차를 정했다.
그때는 곧 2024년이 다 가니
과연 내년엔 뭘 하려나,라는 생각으로 작성했다.
그런데 브런치를 작성하다 보니 어느덧 4월 중순이 되었다.
2024년의 1분기가 끝났으며 2023년 말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스케줄을 살고 있다.
2023년 말에 예측한 2024년의 모습은 2023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고등학교에서 수업하고 초등학교에서 상담하며
학점은행제 운영교수로 활동하면서 그때그때 들어오는 개별 수업을 하는 삶.
고등학교 수업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2023년 하반기부터 학원 수업이 끝난지라 안정적인 수입처 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비록 3월 개학을 생각하면 이미 2월부터 기분이 안 좋았지만
그래도 3년 차에는 좀 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예상하던 2024년은 처음부터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고등학교에서는 갑자기 말이 바뀌었고 (14화에서 자세히 다루었다)
결과적으로 원래 하고 있던 고등학교 수업은 못 하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첫 해에 함께 근무하다 다른 학교로 가신 부장 선생님이 이 소식을 듣고
전화가 오셔서 자신이 있는 학교로 오지 않겠냐고 오퍼를 주셨지만
집에서 너무 멀고 이미 다른 수업들로 채워서 죄송한 마음으로 사양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충격을 받은 1월이 지났다.
학교 수업을 시작한 이후로 연중 스케줄은 학교 스케줄을 따르기에
보통 방학은 개인 수업 외에는 한가한 편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뭔가를 새롭게 배우며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지금은 갑자기 고등학교 하나가 날아간 상황이었다.
개학하면 일할 것을 알아도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방학 때 잘 쉬지 못해 후회하는데
지금은 안정적인 일자리 하나가 준비 없이 없어졌다.
불안감은 피크를 찍는 동시에 수입의 감소라는 현실로 다가왔다.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부리나케 공고를 찾아봤다.
다행히 연초라 지원가능한 공고가 몇 개 눈에 띄었다.
총 세 군데에 면접을 보았고 두 군데에 합격할 수 있었다.
다른 일들도 병행해야 했기에 풀타임으로 지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모두 프리랜서 강사직 또는 상담사직에만 지원했다.
새롭게 두 곳의 거래처를 확보했지만
건 바이 건으로 진행되는 계약이기에
그전까지 유지하던 학원과 고등학교 같은 안정적인 직장에는 비할바가 아니었다.
본격적인 일은 3월 또는 4월부터 시작된다고 해서 당장의 금전적인 사정도 나아질 것은 없었다.
2월에는 몇 년 만에 보는 100 언더의 수입을 기록했다.
이번 겨울은 프리랜서인 내게 초창기를 기억나게 해주는 혹독한 시기였다.
마침 초심을 잃어가고 있었는데
3.5개월 정도 살아본 2024년은 2023년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해가 되고 있다.
새로 합격을 한 두 곳은 기존까지 해보지 않은,
나름의 도전을 하기 위해 지원한 곳이었다.
하나는 지역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학교로 파견되어 다양한 예방교육이나 집단상담을 하는 강사직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역 교육지원청에서 학교로 파견되어 느린 학습자를 만나 학습상담사로 수업하는 일이었다.
둘 다 기존 업무와 유관성이 있으면서도
실무를 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준비를 해야 해서 준비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린다.
또 개인적으로 스트레스 관리 집단 워크숍을 새롭게 진행하게 되었다.
그 외에는 프리랜서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어 브런치를 시작했으며
2023년 초에 잠깐 하다가 손 놓고 있던 유튜브에도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2월부터 운동도 주 4일씩 하다가 요즘 좀 뜸했지만...
다시 슬슬 운동도 시작하려 한다.
요즘은
뭔가 바쁜 것 같으면서도 여유로운 것도 같고,
연초에 불안의 정점을 찍었다가 서서히 내려오며 그전보다 불안감을 덜 느끼게도 되었다.
2월부터는 마음을 다르게 먹어 올 해는 그간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었거나
전문성의 영역을 넓히고 싶었지만 현생에 치여 못 했던 일들에 도전하는 해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올해 도전했는데도 금전적인 측면에서 잘 풀리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10년 간의 프리랜서 생활을 1차적으로 마무리하고 정규직으로 지원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막연히 두렵고 불안하기만 했던 마음이 조금은 정리되고 차분해졌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 무뎌진 것도 있을 것이다.
죄책감과 압박을 느낄 때 단순히 시간이 더해진다고 무조건 나아지는 게 아님은 알고 있지만
올 해를 스스로에게 도전을 허용하는 해로 생각하니 압박이 덜해진 것은 사실이다.
사실 위에 쓴 것 중 유튜브, 브런치, 운동 등은
시간을 내서 하라면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일이라는 것이 어디 일하는 시간만 잡아먹는 것이던가.
일은 일을 하는 시간은 물론이고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
일도 안 하고 준비도 안 하지만 일을 생각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시간,
일이 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시간 등등 많은 시간과 그에 상응하는 에너지를 잡아먹는다.
그래서 우울하고 불안해서 불행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을 때는
이런 창작과 생활과 관련된 활동을 할 힘이 없었다.
오히려 지금은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별로 받지 않아
(몸이 아프지 않은 이상) 새로운 일에 도전할 에너지가 있다.
2024년의 나는 2023년의 나보다 가난할지언정(이미 1분기는 기존 수입의 반토막 이상이 났다)
2023년의 나보다 행복하다.
수입이 없는데서 오는 불안은
이를 상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데서 통제감을 느낀다.
올 해의 나는 작년의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을 하고 있으며
아마 내년의 나도 올 해의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을 하고 있을 수 있다.
그게 프리랜서의 묘미이자 자유일 것이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리랜서로 사는 이야기를 한 번쯤 해보고 싶었는데
처음으로 브런치에 쓰는 글로 올릴 수 있어
스스로도 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프리랜서 이야기는 종종 할 것 같아요(어쨌거나 제 라이프스타일이기에).
당분간도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싶어
다음 주부터는 전반적인 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글인
'느슨하게 살기'를 연재하려 합니다.
'느슨하게 일하기',
'느슨하게 청소하기',
'느슨하게 여행하기',
'느슨하게 채식지향하기'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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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런 말은 낯간지러워서 잘 못 하지만(프리랜서치고 자기 PR 잘 못 하는 1인)
'느슨하게 살기'를 연재할 거라고 말하니
느슨하게 뭐라도 해야 되지 않나 싶어 살포시 적습니다.
느슨한 관계와 유대가 좋으신 분들은
아무것도 안 하시고 그냥 제 글만 읽어주셔도 좋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