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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은 PainterEUN Oct 24. 2021

빠르구나.

세월의 속도

Photo by Valerie Blanchett on Unsplash


째깍째깍... 째깍째깍째깍... 째깍째깍째깍째깍, 맴맴 맴맴 벌써 여름입니다.

나이에 비례해서 세월의 속도가 빨라진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하루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고 있다 해가 기울어 햇살이 나른한 졸음과 함께 책상에 조금씩 걸어 들어와 손에 닿을  '아... 오늘도 이렇게 시간이 갔구나' 싶어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특별한 해프닝 없이 반복되는 일상이다 보니, '나의 상반기를 누가 가져갔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어떤 일의 결과를 기다릴 때는 멀기만 한 것 같고, 결과를 만들어내기까진 기나긴 시간이 드는 것 같은데,

매일 하루는 더없이 짧고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기한은 모터를 단 듯 다가오곤 합니다.

'하... 시간이 부족하다.'


 제가 잘하고 있는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닥치는 대로 급급하게만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자아실현은 어디 가고 그저 성과를 내기 위해서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과가 나와야 자아실현도 가능한 거니 뭐 같은 건가요? 그러다 보니 하는 말이라곤 온통 일 얘기, 일 얘기, 일 얘기뿐입니다. 일상처럼 얘깃거리도 단조로워졌습니다.


 생각하기 싫어서 오감을 차단한 건지 사방에 뿌려진 영감의 조각에 감사도, 감상도 인색해진 것 같습니다.

웬만해선 제게 큰 파동을 일으키지 못합니다.

어쩌면 그래서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무심해져서.

한때는 요동치는 감정에, 마음에 고요가 찾아오길 간절히 바랐던 적도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것들을 지나쳐버리는 제가 되니, 그때의 제가 그리워지기도 해, 참으로 사람이 간사하구나 싶습니다.

쓰는 근육만 발달하듯, 많은 정서를 불필요하게 여기고 이성적인 것만을 추구해온 건 아닌가 싶어집니다. 긍정적 감정이든, 부정적 감정이든 모든 감정은 모두 소중히 다뤄져야 하는데, 특정 감정은 피로하고 피곤하게 여기진 않았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감정이라는 것이 하나의 문만 닫는다고 하나만 닫히는 것이 아닌데 말이죠.

그 효과적으로 산다는 게 뭐라고 작은 행복과 기쁨, 생경함을 이리 다 놓치며 사는 건지.



 흘러가는 시간과 다르게 굳어버린 저의 일상이 조금 재미있어지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잔뜩 쪼그라든 근육을 다시 키우는 연습이 필요한 같습니다.

주변의 것들을 관심 있게 오래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려 합니다.

그러면 점점 이전과는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같은 것일지라도 다르게 보이는 날도 있을 것이고

차차 대상에 대한 감상이 생겨나 다시 삶을 풍요롭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니

제가 느끼는 세월의 속도도 다시 조금은 천천히 흘러가지 않을까요.


물론 다시 격정적인 감정의 파도를 타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럴지라도요.


음... 무엇부터 관심을 가져볼지 눈을 돌려봐야겠습니다.


일단 제가 좋겠습니다.



Painter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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