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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은 PainterEUN Oct 24. 2021

사소한 관심

나에게로 집중

Photo by Bundo Kim on Unsplash

 

 솨아아아아 쓱쓱 싹싹 흐르는 물에 감자 홈에 끼어있는 흙을 꼼꼼히 닦아냅니다. 탁, 탁 사이즈가 큰 감자를 반으로 썹니다. 찜솥 냄비에 감자가 충분히 익을 정도의 낙낙한 양의 물을 받고, 솥에 찜 판을 올린 다음, 찜 판 위에 썰어놓은 감자를 올리고 뚜껑을 덮어 감자를 폭~ 쪄냅니다. 한 번씩 뚜껑을 열어 모락모락 피어오른 김을 헤집고 젓가락으로 감자가 익었나 찔러보기만 하면 끝.

소화기관이 약해지자 자주 해 먹는 찐 감자 레시피입니다. 너무 간단해서 레시피라 할 것도 없지만.


 예전에는 먹는 것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그저 맛있으면 좋고 맛없으면 먹지 않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젠 제 책상 위엔 하나둘 약들이 자리 잡아갑니다.

무언가 잃어보면 소중한 것에 대해 알게 된다고 하더니, 그런 것에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겉을 치장하던 시기를 지나 속을 가꾸게 되는 시기.

시력이 안 좋아지니 시력을 보완할 수 있는 약을 찾게 되고, 하루 식단으로 채우지 못하는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해 비타민을 챙긴다든지, 자주 피로해지는 컨디션 회복을 위한 건강보조식품들이 하나씩 늘어납니다.

음료를 마실 때도 카페인과 디카페인을 생각하게 되었고, 짬짬이 음식의 효능을 알려주는 생활 정보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그에 관한 얘기를 주변인과 나누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예쁜 옷이 많지만, 그것을 착용하였을 때의 내 모습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듯이 음식도 마찬가지.

맛있는 음식은 많지만, 특정 음식을 섭취하고 배나 머리가 아프진 않았는지, 피부가 가렵진 않았는지 저의 몸 상태가 어땠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줄만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 매운 음식을 먹을 때마다 배가 아팠던 것 같네?'라던가, 닭고기를 무척 좋아하지만 먹고 나면 배가 아팠던 데이터들 같은 것이요.

과거 통계를 내려보면 앞을 추론하여 대비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내 몸과 상생이 좋지 않은 음식은 되도록 기피하고, 꼭 먹어야 하는 상황에선, 최대한 소량을 섭취하고 내게 시선이 닿지 않을 때 다른 메뉴를 공략한다던지, 고통을 순화시킬 수 있도록 약품을 구비해 가져 다니는 것처럼요.

내 몸에 관심을 가지고 음식과의 상생, 체질에 대해서 알아가며 그에 맞게 몸의 리스크를 제거해 가다 보면, 그로 인해 생겨났던 생활의 불편함도 함께 줄어들게 됩니다.

그만큼 다른 것에 쓸 수 있는 시간도 자연스레 늘게 됩니다.


 밖으로 향하던 관심이 안으로 향하니 근본적인 삶의 질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차 몸에서 마음으로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나는 여전히 무엇이 불편하고,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 그것으로 인해 내 삶의 어떤 가능성이 닫히고, 어디로부터 자꾸 달아나고 싶은지에 관한 것들이요.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게 되면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도 도움이 되기에, 관계에도 순작용이 일어납니다.


타인에게 향하던 관심을 나에게로 향하게 되면 일어나는 순기능.


겉을 가꾸는 것은 짧은 시간 효과를 거두기 좋고

안을 가꾸는 것은 긴 시간이 걸리지만, 근본적인 효과를 거두기 좋습니다.

그 무엇이든 나의 삶을 더 여유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니, 이젠 나를 위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Painter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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