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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은 PainterEUN Oct 24. 2021

내가 가는 곳이 어딜지 몰라도

반짝이는 빛을 향하여


 팔딱 하늘을 날듯 뛰어올라 방정식 x를 그리듯 몸을 좌우로 번갈아 구부리며 반짝이는 유선의 몸짓으로 춤을 추듯 제 몸 힘껏 생명력을 그려냅니다.

바닥으로 탁 곤두박질쳤다 이내 다시 뽀르르 솟아오릅니다.

전진하는 방법을 모르는지 높이 날아올라 숨이 다할 때까지 뛰어오르는 것으로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에너지를 다 쏟아 낸 건지 몸이 바닥에 붙어 꼬리만 할딱이는데도 그 몸짓은 멈출 줄을 모릅니다.


-


 밤이 되어서도 적당한 열기는 남아있는 듯한 6월 초의 어느 날. 식사를 마치고 해운대 밤바다를 산책한 날이었습니다.

반려견과 함께 나온 사람,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 각자 한 손은 뒷짐을 지고 한 손은 꼭 맞잡은 노부부, 웃으며 걷는 청년들, 어색하게 살짝 떨어져 걷는 연인까지 적당히 북적이고 적당히 여유로운 밤바다의 풍경. 관광지의 바다답게 몇몇의 관광객들은 해변에 세워둔 지역명 구조물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이곳에 온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관광객들을 위한 배려인 듯 그 구조물은 밤에도 환히 빛났습니다.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와 함께 간간이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바다를 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백사장을 가로질러 바다를 향해 걸었습니다. 지역명 구조물을 비추는 조명 덕분인지 밤바다인데도 바다가 훤히 잘 보였습니다.

쏴아아아아 쏴아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작았던 파도 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해안에 근접할수록 반짝이는 무언가가 춤을 추듯 파닥이고 있었습니다.

'저게 뭐지?' 싶어 다가가니, 물밑으로 뛰어나온 멸치들이 누가 더 많이,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는지 내기라도 하는 듯 탁 꼬리의 반동을 이용하여 좌우로 몸을 휘며 현란한 몸짓으로 날아올랐습니다.  도약할 힘을 다 쓴 건지 일순간 멈칫하자 철퍽 패대기 쳐지듯 모래에 나동그라졌다가도 어디서 힘이 나는지 이내 다시 뛰어오르기를 반복하며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습니다.

한두 마리가 아닌, 수십, 수백 마리 멸치들이 해안을 따라 쭈욱 제각기 다른 박자와 높이로 살아있는 생명력을 반짝이며 널뛰고 있었습니다.

"와 장관이다!"

땅에 별이 내려온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생소한 풍경에 '이게 무슨 일이지?' , '도대체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거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런데 제 다리 사이 들어오는 불빛을 보니 알 수 있었습니다.

아까 보았던 지역명 구조물을 밝히 조명을 향하느라 일제히 바다를 두고 뛰쳐나온 것을요.


 한 치 앞도 모르고 조명향해 물밖에서 몸을 이리저리 휘며 뛰어오르는 멸치들을 바라보니

사람의 이기심으로 자연이 훼손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드는 한편,

'내가 이렇게 열정적으로 살았던 적이 언제였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그저 눈앞의  고지를 향해 충실히 뛰어들었던 적 말입니다.

지금은 여러 리스크를 고려하고, 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재며, 빠른 포기와 이른 체념을 할 때도 많은데

될지 안될지를 생각하지 않고 뛰어들었던 , 그 행위에만 몰입하여 나를 그렇게 불사 질렀던 시절 말입니다.


 한때는 나에게도 무모하게 용기 내던 날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여러 시행착오 겪으며 현명하게 살고자, 효율적으로 살고자, 위험에서 나를 보호하고자 무모를 걷어낸 지금의 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무모만 걷어낸 것이 아니 온전히 몰입하던 열정도 같이 걷어낸 것은 아닐까 싶어 집니다.


이제 다시 조금은 무모해져 볼까 합니다.

걱정을 물러두고

온전히 향하고자 하는 곳을 향해.


비릿하게 말라버린 멸치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물에 잡혀도 말려지는 것은 매한가지일 테니

이왕이면 의심 따윈 던져버린 체

되는 것만, 되는 방법만 생각하며

'할 수 있다', '될 수 있다'라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뛰어들어보고 싶습니다.



Painter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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