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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은 PainterEUN Oct 30. 2022

아무렇지 않게 나이 앞자리가 바뀌었습니다.

나이

Photo by Fredrik Ohlander on Unsplash


스르륵 작은 상자 뚜껑을 살포시 열어 봅니다.

보드라운 검은색 벨벳 위 움직임에 따라 빛나는 파란빛이 반짝반짝 참 예쁘기도 합니다.

기분 좋은 선물을 바라보니 이것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나에게 고마울 것 같습니다.


-


거실에서 오가는 다분히 부산스러운 소리에도 느긋하게 누워서 기지개를 켭니다. 몸을 다시 웅크렸다 폈다 따뜻한 이불속에서 헤엄치듯 몸을 뒤적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었습니다.

아홉으로 끝나는 나이가 끝날 무렵 좀 더 많이 흔들리고 불안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가득 찬 만월처럼 충만한 느낌이 듭니다.


생각해보면 성년의 날처럼 9에서 10이 된 순간을 축하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늘 9는 불안하고 10은 조급했으며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에 쫓겼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무언가를 꼭 해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아서일까요.

저는 크게 불안하지도 초조하지도 않았습니다. 

도리어 저를 축하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에게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이 순간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고.

그냥 나에게 고마웠습니다.

나를 놓아버리려고 했던 순간도 있었으니

그저 이곳에 존재하고 있음에.

다음을 향해 애쓰는 나에게.

감사했습니다.


어쩌면 삶의 큰 변화는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일로 삶의 형태가 변하거나, 

삶을 대하는 방식이 변화하거나, 

곁의 있는 사람과의 이별에 유무로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보면 언제든 우리의 삶은 9가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9가 9 할인 삶 속에 늘 10이 될 수 있도록 달리는 삶.

그것이 우리의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9 할인 삶 속에 파도처럼 변화무쌍한 감정의 회오리 속에서도 조금씩 삶의 작은 감사함을 알아가는 것이

나이 듦의 미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때로는 이렇게 나이 드는 것이 고마울 때가 있습니다.

조금은 잔잔히 조금은 무던히 조금은 힘듦 속에서도 감사함을 알아가는 순간이 늘어나기에.


올해는 가득 찬 마음으로 잘살아보아야겠습니다.



Painter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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