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고루 먹이고 싶은 마음
안은 뭉글뭉글하면서도 겉은 질기고 특별한 맛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밥상에 가지가 올라도 잘 먹지 않았다.
여느 날처럼 엄마가 가족들이 즐겨 먹던 애호박전을 해주셨나 보다 하고 잘 먹고 있는데, 엄마는 맛이 어떠냐며 물으셨다.
"음‧‧‧ 맛있어."라고 답하자
엄마는 "그거 가지야"라고 말씀하셨다.
요즘은 튀긴 가지 요리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인기도 높지만
그 당시까지 내가 줄곧 맛본 가지요리는 데워서 익힌 가지에 양념을 묻히는 나물 외에는 없었다.
애호박전과 맛이 크게 다르지 않았던 가지전은, 가지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가지를 멀리하는 아이들도 이렇게 가지전을 해주면 잘 먹을 것 같다.)
어찌 보면 새로운 요리법을 만들어 낸 것도 아니고 알고 있는 요리법에 가지를 사용한 것뿐인데, 이게 바로 믹스 앤 매치로 잭팟을 터트린 맛이랄까.
'이렇게 가지도 변화를 꾀하여 다른 요리법을 적용하니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는데, 이루지 못한 일에 내가 가진 자질, 사회 시스템, 환경에 탓을 돌리며 더 많은 방법을 강구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방법만 존재하는 것이 아닐 텐데 틀을 벗어날 생각하지 못하고 저 멀리 밀어두고 회피하고 있던 일들을 하나씩 떠올려본다.
엄마의 요리 솜씨는 날로 발전하시는데 아마도 사랑하는 내 가족에게 더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골고루 잘 먹게 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그렇다면 나 역시 사랑하는 나를 위해 해내지 못한 것들에 더 많은 궁리와 시도를 해보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