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호흡마저도
이내 얼어붙어 공중에서
쨍그랑 소리를 내며 깨질 것만 같다
거리를 메운 회색빛 공기는
어디로도 흘러가지 않고
차갑게 나를 꿰뚫는다
숨의 흔적은 바닥에 흩어지고
날카로운 파편들도 발밑에 쌓이면
나는 숨을 참아낸다
어둠은 깊고
한 치 앞의 희망마저 눈보라 속에 묻힌다
가로등 불빛이 어렴풋이 흔들리지만
그조차 온기를 잃어버렸다
다만 이 무채색의 골목 끝에 무엇이 있든
그저 부서진 호흡을 모아 걸어갈 뿐이다
얼어붙은 숨 속 얼어붙은 내가
바닥에서 부딪혀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
그때서야 어둠 속에 갇힌 시간은
서서히 멈출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이 고요 속을 걸으며
희미하게 알아차린다
얼어붙는 것은 공중 뿐만이 아니라
내 안의 한 조각씩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