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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서점원 Aug 31. 2022

사친 말고 친구

2021

'나는 겁이 많아

사랑에 빠질 때조차

구명조끼를 챙겨 입었다'


내가 쓴 문장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문장을 꼽으라면 당연 위의 문장이다. 사실 얼핏 보면 다가오는 사랑에 웅크리는 찌질한 내용 같지만, 이 문장은 단순히 이성 간의 사랑에 대한 내용만은 아니다.


어린 시절에는 사탕 한알에도 친구가 될 수 있었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는 친구 사귀기를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사실 어린 시절에도 어른들은 ‘친구들과 사이 좋게 지내라’라고만 하지, 정작 친구를 어떻게 사귀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았고, 그렇게 아이들은 친구 사귀는 방법을 모르는 채 어른이 된다. 그렇게 어른이 되면? 관계를 맺는 일만 어려운가? 아니다. 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훨씬 더 어렵다. 나이가 들수록 맺고 있던 관계를 끊어내는 일이 훨씬 더 많아지는 이유다.


물론 어떤 성향의 어른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매번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형성하는 일에 큰 어려움을 느낀다. 일회성 또는 업무적 관계야 문제가 없지만, 지속적인 사적인 관계를 형성하고과 유지하는 일이 정말 어렵다. 대체 친구는 어떻게 사귀는 것이란 말인가?


이전 글에 ‘혼자가 편하다지만, 결국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것이군.’이라 생각했다고 썼는데, 이 말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다. 사회적 관계일 수도 있고, 개인적 관계일 수도 있고, 복잡한 관계일 수도 있다. 가족, 연인, 친구, 동창, 동문, 동네 사람, 아는 사람, 일로 만난 사람, 일로 만났으나 친구가 된 사람, 친구였으나 아는 사람이 된 사람, 친구에서 연인이 된 사람, 연인이었지만 아는 사람이 된 사람,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된 사람.


관계는 양방이어야 성립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느끼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속내를 드러내길 꺼려한다. 왜냐하면 얄팍한 사회적 관계마저 깨질까 봐 겁이 나서 관계를 형성해야 할 때마다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벽을 세우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말 다 필요없이,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한데 서른이 넘어서 내는 용기는 용기가 아니라 고집이고 객기일 뿐이라는 장회장님의 명언 때문에, 나는 겁이나 오늘도 구명조끼를 챙겨 입는다는 말이다. (*이태원 클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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