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그동안 재고를 치울 생각으로 북마켓을 신청하거나 독립출판서점에 입고 연락을 해봤는데 다 거절당했다. 아니 왜? 나도 독립출판제작잔데 대체 왜? 북마켓 참가도 거절당하고 독립출판서점에 입고도 거절 당하면 아니 씨발 그럼 나는 내 책을 어디서 파냐 이 개새끼들아!” (<넷플릭스처럼> - 「쇼미더머니:문장전」 中)
인디문학1호점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좋은 독립출판물을 찾아 널리 알리는 일이 지향점 중 하나였다. 그렇게 호기롭게 시작했고 오픈 초기에는 그래도 <기성출판 6 : 독립출판 4> 정도의 비율로 서가를 채웠었는데, 지금은 거의 8:2 수준으로 비중이 확 낮아졌다. 여기에는 한 가지 핑계거리가 있는데, 우리 서점은 독립출판물은 무조건 선매로 ‘구입’을 한다는 점이다. 많은 서점에서 ‘위탁’의 형태로, 일단 책을 받고 팔리면 나중에 정산을 하는 방식을 사용하지만 인디문학1호점은 그냥 산다. 그것도 최소 다섯 권 이상을 한 번에 구매한다. 그러다 보니 독립출판물을 들여놓는 건 기성 출판물에 비해 훨씬 큰 비용부담이 된다. (기성 출판물은 반품이 자유롭다.) 다른 문제도 아닌 돈의 문제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독립출판물 입고를 쉽게 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모순이 어디 있나!
이 글의 첫 문단은 랩퍼 발굴 오디션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를 패러디한 단편 소설, <쇼미더머니:문장전>에 나오는 대사다. 주인공인 ‘나’가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책도 못 팔고 북마켓과 동네서점 입고도 모두 거절당하자 분노하는 장면의 일부를 발췌했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독립출판제작자로 활동하던 시기에 직접 느꼈던 분노의 심정을 슬쩍 담기도 했다. 글을 쓰고 내 손으로 직접 책을 만들었는데 판로가 없다는 건 정말 마음 아픈 일이다.
독립출판서점과 독립출판작가는 상생해야 한다. 서점이 없어지면 책을 선보일 곳이 없어지고, 제작자가 없어지면 독립출판서점 역시 존재의 이유를 잃게 된다. 낭과 패로서 낭패에 빠지지 않도록 서점과 작가가 함께 어깨를 걸고 나아가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특히나 요즘엔 더 그렇다. 독립출판서점과 독립출판작가의 가장 큰 매력은 오프라인에 있는데, 지금은 코로나 시대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