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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서점원 Aug 31. 2022

백중날

2022

템플스테이를 마치고 돌아온 날은 마침 백중날이었다. 백중날은 쉽게 설명하자면 ‘스님들의 방학날’ 정도가 되겠다. 이제껏 사찰에 꼼짝없이 틀어박혀 수행에 전념을 했다면(하안거), 백중날을 맞이하여 하안거가 해제되고 이제 스님들도 자유롭게 다른 사찰로 왕래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시기가 되면 많은 스님들이 자살을 한다고 한다. 평소 자신이 좋아했던 사찰을 찾아가 근처 큰 나무에 목을 맨다고 하더라. 그것도 특히 출가한지 10~15년 정도 되는 스님들이 말이다. 부처가 되고자 10년이 넘는 세월을 수행했지만 자신은 여전히 그냥 사람이었고, 앞으로 20~30년을 더 수행한다고 해서 부처가 된다는 보장도 없으니, 그래서 그냥 삶을 포기한다고 한다. 돌아갈 수도, 나아갈 수도 없으니까 말이다.


산다는 건 분명,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수행자들 역시 그러할 진데, 속세에서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범인들은 어떨까. 나 또한 삶을 지속하기 위해 꼭 잡고 놓치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사랑과 희망이다. 나를 살게 하는 두 가지, 사랑과 희망. 이 둘을 잃지 않기 위해 응당 고통을 감내하는 중이다.


무엇이 되었든 모두가 살았으면 좋겠다. 죽지 않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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