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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서점원 Aug 31. 2022

사바하

2022

호기롭게 신청한 5박 6일의 템플스테이는 4박 5일로 마무리했습니다. 오는 날을 제외하고 도착했을 때부터 매순간 비가 쏟아져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절방에 앉아 처마만 바라봤습니다. 물론 즐거운 시간도 있었고 보람찬 시간도 있었지요. 저는 종교가 없지만 종교를 좋아합니다. 합장을 하는 법과 절하는 법을 배웠고요, 새벽 예불도 해보고 108배도 했습니다. 절을 하고 염주를 하나씩 꿰어서 108염주를 만드는 체험도 했는데요, 어쩐 일인지 다 하고 나니까 염주 4알이 부족하더라고요? 104염주가 되었습니다. 4개의 근심은 어쩔 수 없는 업보인가 봅니다.


행복은 책상 서랍 속에 있었다. 라는 말이 있지요. 행복을 찾아 멀리 여행을 떠났던 사람이 결국 빈손으로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왔는데, 자신의 집 서랍 속에 행복이 있더라 라는 이야기 말입니다. 사랑을 찾아 떠났던 저는 빈손으로 집에 돌아오게 되었는데, 집에 오니 찾던 사랑이 있었습니다. 다녀온 저를 반기는 두부와 요리와 가족이 있었지요. 여러분, 뜬금없지만 효도하세요. 함께 템플스테이를 하는 동안 다양한 분들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젊은이들은 각자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 기도하지만, 부모님들은 오직 자식을 위해 마음을 쓰고 기도를 올린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절에 다녀왔더니 효심이 깊어진 서점원이군요.


좋은 휴가였습니다. 채우려고 했지만 비워진 것도 있고요, 생각하지 못했던 걸 깨닫게도 되었습니다. 너무 두려워 그간 외면했던 걸 똑바로 직시하기도 했고요. 여름 한철, 격정을 인내한 서점원은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서점 역시 이제 다시 다잡은 마음으로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내일부터 다시 정상 운영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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