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말 또는 이듬해 초가 되면, 관리소장 공채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예비 관리소장 채용 시즌인 것이다. 12월경 발표되는 주택관리사보 합격자를 대상으로 일부 주택관리업체가 실시하는 것으로 그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주택관리사보를 이제 막 딴 사람이 예비 소장 선발 전형에 연달아 합격하였다면, 그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진전이고 엄청 축하할 일이다. 소장 임명권을 가진 관리업체로부터 번호표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관리회사가 언젠가 책임지고 소장으로 배치해줄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을 가질 수 있으니 초보자라면 당연히 도전해볼 만한 기회라는점은 분명해 보인다. 같은 조건이면, 관리회사는 이미 뽑아놓은 사람을 우선적으로 배치하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다. 500세대 이하 소규모 공동주택단지, 전기나 기타 자격증을 추가로 가지고 있다면 오피스텔이나 상가, 지식산업센터, 빌딩 등 집합건물의 관리소장으로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관리소장이 어떻게 배치되는지 개략적으로 알아보고, 관리방법의 대세인 위탁관리가 이뤄지는 내막을 살펴보자. 아파트를 예로 들자면, 소장을 채용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선발방식과 절차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채용 주체는 크게 보아 세 가지로 나뉜다. 사업주체와 입주자대표회의, 그리고 주택관리업자. 사업주체의 경우는 아파트가 준공되어 새로 입주하는 단지를 관리할 관리소장을 사업자가 직접 채용한다. 보통 입주 준비기간 중 현장에 선 투입하고, 분주하고 어수선한 입주 개시부터 관리업무를 집중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이처럼 사업주체가 관리하는 기간은 입주가 50% 이상 완료되고, 입주민들의 의사로 결정한 새로운 관리주체가 들어설 때까지 계속된다. 벌써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듯, 이런 입주단지에서는 관록 있고 경험이 많은 소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이 시기는 해당 주택단지에 적용할 관리체계를 최초로 구축하고 정착시키는 초기 단계여서 일이 많고 고단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점을 매력으로 보고 일부러 입주단지를 타깃 삼아 일하는 소장들도 제법 많다.
기존 단지의 경우에는 임대, 분양 가릴 것 없이 관리소장의 퇴사로 빈 자리가 생기면, 그때그때 개별적으로 후임자를 뽑아 배치하는 식으로 메꾼다. 이때는 아파트 관리방식 - 자치관리 또는 위탁관리 - 에 따라 채용 주체가 입주자대표회의가 되거나 혹은 주택관리업자가 되는 두 가지로 나뉜다. 어떤 관리방식을 선택할 것인지는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의와 입주민들의 총의로 결정하는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2021년 말 현재 대한주택관리사협회 통계를 보면, 의무관리 대상 공동주택 중 자치관리를 채택하고 있는 단지는 14.1%에 불과하고, 대부분(85.9%)은 위탁관리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관리는 아파트 관리업무를 외부에 의뢰하지 않고, 입주민 대표기구가 주도하는 자율 직영체제다. 따라서, 관리소장을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접 선발, 임명하는 등 공동주택관리기구를 설치하고, 소장은 관리주체의 대표로 활동하게 된다. 반대로, 위탁관리는 입주민들이 주택관리업무를 외부의 전문 관리업자에게 맡기고 매월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관리업체는 경쟁입찰을 통하여 선정하고, 관리용역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관리주체의 지위를 얻는다. 공동주택의 관리와 관련한 입주민들의 모든 의사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집약하여 결정하고, 관리소장은 그 결의사항을 집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때 관리소장은 자신을 임명한 관리주체(회사)의 대리인 자격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것은 관리소장이 관리업무를 총괄 지휘하고 집행하는 책임자로서의 역할은 같지만, 관리주체의 대표로서 일을 하는 자치관리 소장과는 구별되는 대목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는 위탁관리방식의 중심적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는 두 축이다. 국가 시스템을 예로 들어 입주자대표회의가 국회라면, 관리사무소는 행정부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위탁관리란 글자 그대로 주택관리업무를 등록업체에게 위탁하는 민법상 위임 행위다. 그렇다면, 관리회사는 수탁자로서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선량한 관리자 입장에서 입주자 등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역량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관리소장을 비롯한 직원의 인사와 급여에 관한 권한을 온전히 행사하는 등 본사가 현장조직(관리사무소)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 체제가 구축되어 있다면, 적임자로 누구를 선발하여 보내고, 급여는 얼마를 줄 것인지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가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논란의 대상으로 부각되어 널리 회자되고 있으나, 현재와 같은 제도 운영에 앞으로 과연 어떤 변화가 가능할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위탁관리업체들의 사업방식과 수익구조가 좀 모호하고 취약한 구석이 있고, 영세한 소규모 기업이 대부분이어서 혁신을 통한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현행 관리방식은 향후에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적용되고 있는 위탁관리방식에서 관리업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것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명목상으로 행하는 관리소장 임명 외에는 특별히 거론할 게 없어 보인다. 관리소장에게 임명장을 발급해주고 소속을 관리해주는 것 말고는 더 의미 있고 기여하는 일이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관리주체로서 일정한 책임이 수반되는 것이 어딘가 좀 특이하다. 관리소장이 관리회사 소속이고 또한 그 대리인 신분이라는 연결고리에 드리워진 멍에라 할까. 위탁관리업자가 명실상부한 책임과 권한을 갖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그 위상을 바로잡든가, 이러나저러나 어떤 경우에도 주택관리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주택관리사가 전문가로서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돌파구를 마련해주든가 어떤 식으로든 제도개선의 여지가 많고 시급하다. 주택관리의 필수요소는 주택관리사(보)이고, 그 성패는 상당 부분 현장 책임자인 관리소장에게 달려 있다. 그가 반드시 관리업자의 옷을 입어야만 하는 것인지, 공인중개사처럼 자기 사단을 꾸려 단독으로 참여하는 등 좀 더 참신하고 효율적인 주택관리방안은 없을까. 위탁관리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수년 전, 수도권에서 중견 주택관리업체를 경영하는 한 노회한 인사가 중앙의 유력 일간지에 아파트 관리회사의 허실을 인터뷰 형식으로 토로해 세간의 주목을 끈 일이 있었다.신문의 한 면을 가득 채운 전면 기사로 비중있게보도되었다. 업계 내부의 일그러진 실상을 용기 있게 사회에 알린 고발기사나 다름없어 파장도 컸다. 그로부터 벌써 5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당시 기사를 다시 읽어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아파트 위탁관리회사가 한마디로 '허수아비'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해 충격을 주었다. 명색이 아파트를 책임 관리하는 게 역할인데, 현실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며 그것이 곧 아파트 비리와 부조리를 낳는 구조적 문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 주장의 배경에는 직원 채용과 급여지급에 관하여 관리회사가 사실상 배제되고 있는 현실적 불만이 가장 핵심적 요소로 깔려 있었다. 위탁관리를 선택하였다면, 관리회사에 책임과 함께 권한도 줘야 하는데, 실제 아파트 운영은 입주자대표가 일방적으로 하며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관리소장을 관리회사가 마음대로 채용할 수 없고, 직원 급여를 입주자대표회의가 지급하는 것이 당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되풀이해 강조하였다. 계약으로 주택관리용역을 맡은 만큼, 응당 자기 책임으로 과업을 완수하면 되는 일이니 관리업자를 대변하는 그의 주장은 마땅하고 이유 있는 항변으로 들렸다. 여기서자기 책임이란, 맡은 용역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고객의 인정을 받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러자면, 누구를 어떤 조건으로 쓸 것인지 관리회사가 직원 인사와 복리후생에 관한 재량권을 갖는 것이 당연할진대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관리소장을 채용하는 경우 누구를 뽑고, 월급은 얼마를 줄 것인지 실질적 결정 권한을 입주자대표회의가 행사하는 것과 관련한 문제 제기다. 사실, 아파트 관리를 계약에 따라 능력껏 잘해달라고 외부 전문업자에게 위탁해놓고, 발주자(입주자대표회의)가 용역회사 직원의 인사와 복리후생에 관여하는 등 좌지우지하는 행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위탁관리업자는 관리주체로서 마땅히 관리소장을 임명할 권한이 있지만, 미리 알아서 기는 까닭에 독자적으로 행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입주자대표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선정해야 하므로 그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사정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입주자대표가 만족하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후보자를 물색하고 '추천'하는 일이다. 관리회사 대표는 최종 선발된 사람에게 관리회사 임명장을 쥐어 주고, 발령일자를 정해주는 순서로 절차가 마무리된다. 이런 맹점을 두고 일각에서는 관리회사가 인력파견회사와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입주자대표가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하고, 관리회사는 껍질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한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필수요소인 관리소장은 그 사이에서 묵묵히 온갖 몸놀림을 다하는 모양새다. 이마에 관리회사의 가면을 쓰고 입주자대표의 뜻을 좇아 묵묵히 일하는 관리소장은 영락없는 가면무도회의 주연배우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관리인력의 수를 결정하는 일과 더불어 직원의 급여 등 인건비를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정하고 지급하는 일도 그렇다. 이 문제는 관리비 중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변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위탁관리용역비로 묶지 않고 입주자대표가 통제 가능한 일반관리비로 분류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위탁관리회사에 지급하는 대가를 위탁관리용역비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위탁관리수수료라는 이름으로 관리비 항목에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관리회사가 받는 수수료는 직원 인건비가 제외되고 그래서 소액이다. 이 수수료는 관리업자가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받는 유일한 수입으로 부동산 중개수수료처럼 표준율이 정해져 있지는 않고, 위탁관리업자 선정 시 경쟁입찰을 통하여 결정된다. 입찰이 거의 대부분 과당경쟁이어서 감당할 수 있는 최소 금액을 제시해야 유리한 구조다. 입찰 결과, 사업자로 선정되면 과업기간 동안 줄곧 같은 금액으로 간다. 관리업자들은 이 같은 경쟁적 수수료 결정 방식이 내심 불만이다. 위탁관리업자가 관리업무를 수주한다고 해서 현장에 투입하는 인건비는 없다. 수주한다는 것은 자기 회사 소속 이름표를 단 관리소장을 배치한다는 것이고, 매월 수수료를 받아가는 방식으로 수입을 올린다. 관리단지가 늘어날수록 수입이 증가하는 구조여서 관리단지 수를 늘리기 위한 업체 간 물밑 경쟁은 마치 땅따먹기처럼 치열하다. 관리단지를 하나하나 수주할 때마다 자기 회사 이름으로 관리소장을 배치할 권리와 자리가 동시에 많아지게 된다.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경우 모두 주택관리사(보)를 관리사무소장으로 배치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관리업무의 실질적 권한을 입주자대표회의가 행사하는 상황에서 관리회사는 관리소장과 직원들을 전혀 장악할 수가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 관리회사는 계약서상 관리주체일 뿐, 아파트 관리에 대한 발언권은 전혀 없다. 관리소장 역시 서류상으로만 관리회사 소속으로 되어 있고, 실제로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놓여 있게 된다. 본사는 제도상 거쳐야 할 중간 기착지에 지나지 않아 일을 시작한 이후에는 찾아갈 일도, 구속받을 일도 별로 없다. 관리소장에게 본사의 말이 씨알도 안 먹힌다거나 지휘·감독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은 바로 이런 허접한 사업구조에 기인한다. 입주자대표와 책임과 의무를 공유해야 할 관리회사가 권한은 없이 책임만 떠맡고 있다는 개탄이 터져 나오고, 그래서 '허수아비'라는 말까지 듣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임져야 할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위탁받았기 때문이라는 답이 쉽게 돌아온다. 왜 그런 말이 나오게 되었을까. 인터뷰 기사는 오늘날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가 위탁관리를 채택하게 된 속사정을 이렇게 소개하였다. "한때 아파트 단지마다 주민대표가 관리소장을 채용해 직접 운영하는 '자치관리' 바람이 불었습니다. 막상 해보니 공금횡령 등 여러 내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뒷감당을 해줄 대상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자치관리를 하던 아파트들이 대부분 위탁관리로 돌아선 겁니다. 관리회사를 일종의 보험사로만 생각하는 겁니다." 2021년 말 현재 의무관리 공동주택의 85.9%가 위탁관리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어느새 허수아비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주택관리사(보)도 꼭 그만큼 위탁관리 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신문사를 찾아간 그 최고경영자는 일부 입주자대표가 '관리'라는 명목으로 행하는 각종 이권개입을 '이 시대의 속병'이자 '사각지대'라고 진단하고, 그것은 견제받지 않는 독주(獨走)로 인하여 빚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이 속병은 근본적으로 제도를 바꿔야 고칠 수 있다며 그 방안으로 첫째, 관리소장 및 직원들의 급료를 관리회사가 지급하도록 계약하고, 둘째로 일본·싱가포르·미국의 경우처럼 전문 관리회사에 총액 도급제로 아파트 관리를 맡길 것을 제시하였다. 이 신문은 기사 말미에 당시 정부 합동부패척결추진단이 전국 아파트 8,319개 단지의 회계감사 실태를 점검한 결과 5곳 중 1곳에서 관리비 횡령·금품수수 등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도 더불어 싣고 인터뷰 글을 마쳤다.
공동주택의 관리방식이 어떻든 각 단지는 주택관리사(보)를 관리사무소장으로 임명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 일하는 사람은 관리소장인데, 그를 비롯한 직원들의 채용과 급여 지급 주체를 입주자대표회의로 할 것인지, 관리주체로 할 것인지 해묵은 논란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전혀 새로운 제3의 길은 없을까, 해법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지 관계자들은 고민해야 한다. 2021년 7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총인구 5,183만 명 중 51.5%인 2,604만 명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주택(1,853만호) 중 아파트(62.9%), 연립 및 다세대주택(14.9%)등 공동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77.8%에 달한다. 공동주택관리는 이미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되어 있다는 얘기다. 이해관계자 간의 책임과 권한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등 투명하고 효율적인 주택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관리실태 사례는 입주자대표회의가 독주하는 것도 문제, 관리회사나 관리사무소 직원의 부실한 관리도 문제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회사를 허수아비 취급하면서 결정적일 때 보호막으로 삼기 위한 보험사 정도로만 보는 것은 제도상의 큰 허점이고 결함이다. 이대로는 곤란하다. 위탁관리회사가 아파트 단지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본다면, 그 이유는 한층 더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