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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걷던 책방골목 #170206
당신의 얼굴 위로 쏟아질 햇볕, 차가운 내 손을 감싸줄 도톰한 손가락들, 넘어지지 않도록 바닥을 보며 맞추어 갈 보폭. 생각만으로도 날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꿈꿔봅니다. 현실은 상상처럼 마냥 로맨틱하지만은 않겠지만, 당신과 함께 겪을 예상외의 즐거움까지도 기대가 되는 것은 지나치게 들떠있는 탓일까요. 그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한 존재라는 건 넘치는 축복임이 틀림없습니다.
늘 사랑하는 순간을 기억합니다. 나는 언제나 그것들이 힘없이 흩어져버리는 게 너무나도, 사무치게 아쉬워서, 기록하고 또 기억하고. 찰나의 아름다운 감정을 더 담아내지 못해 안타까우리만치 지금의 감각을 잊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차츰 행복이 잦아들고 조금씩 불안이 찾아오더라도, 나는 아마 행복했던 때의 기억으로 조금씩 부족함을 메꿔가게 될 거에요. 어쩌면 그 행복의 순간들을 지지대 삼아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앞으로도 그러겠지요. 부디 이 행복이 오래도록 당신과 나의 곁에 머물러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훗날 조금씩 떼어내더라도 다하지 않을 정도로요.
이 찰나의 우리는 분명하게 행복했음을, 미래의 나에게 간절히 외치고 있습니다.